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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 1

괴소문(1)

내가 사는 동네는 100가구가 될까 말까하는 시골이다. 과수원집 장남으로 태어난 울 아빠는 남매들이 모두 서울로 올라갈 때에 이곳에 남아 엄마와 결혼했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사업하는 동생들을 땅 팔아 뒷바라지 하느라 넓었던 과수원 부지는 반 동강이 났다. 아빠는 매 계절마다 여섯 동생의 쌀이 모자라지는 않을까, 과일이 모자라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팔기에도 아까운 곡식들을 서울로 올려 보냈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늘 못마땅해 하지만 아빠 고집은 누구도 꺾을 수가 없다.


요즘은 한창 가을 수확을 하는 때이다. 아빠는 오늘도 서울로 붙인다며 사과 열 두 상자를 빼어놓았고, 엄마는 그것 때문에 오후 내내 기분이 안 좋았다. 저녁 시간이 살얼음판 같아서 나는 재빨리 밥그릇을 비우고 티브이 앞에 앉았다.


“박지민! 너 알림장 가져와봐! 숙제 다 했어?”


엄마는 괜히 나한테 화풀이다.


“쫌 있다가 할 거야….”

“지금 해!”


티브이 볼륨을 줄이고 책가방을 가져와 알림장을 폈다. 으악! 수학숙제가 있다. 5학년이 되고나서부터 수학익힘책이라는 망할 것이 생겨났다. 수학이 들은 날마다 선생님이 수학익힘책을 풀어올 것을 숙제로 내줘서 골치가 아프다. 책가방에서 수학익힘책을 꺼내어 놓고 푸는 둥 마는 둥하며 티브이를 시청했다. 엄마는 저거 또 공부 안하고 티브이만 본다며 혀를 찼다.


“아, 맞다. 여보. 경재네 집에 놀러갔다가 이상한 소릴 들었어요.”


울 엄마는 모든 잘 잊어버린다. 아빠한테 뚱해있던 것을 그새 까먹고 갈치 살을 발라 아빠의 고봉밥 위에 올려주었다.


“무슨 얘기?”

“그 경재네 하우스에서 일하는 과부말예요. 왜 지민이랑 동갑인 아들내미 있는..”

“아. 도랑 옆 폐가로 이사 온?”

“맞아요. 맞아.”


경재는 나랑 친구다. 반도 같은 반이다.


“그 여자 왜?”


사실 우리 동네에서 나와 나이가 같은 애들은 다 같은 반이다. 학교에 5학년 반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가 말하는 과부 집 아들내미도 나랑 같은 반이다. 어른들은 보통 아줌마들을 부를 때 우리의 이름을 붙여서 지민이엄마, 경재엄마, 준서엄마, 정원이엄마라고 하는데.. 걔네 집만은 이상하게 반대다. 어른들은 걔네 엄마를 태형이엄마라고 부르는 대신 걔를 과부 집 아들내미라고 불렀다.


“경재 할아버지가 퇴행성관절염으로 오래 고생하셨잖아요.”


경재네 집에 놀러갈 때마다 마주치는 경재 할아버지는 우리만 보면 고함을 지르는 이상한 분이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몸이 아파서 화를 많이 내는 거라고 했다. 그 다음부터는 애들이랑 할아버지 욕하는 걸 줄였다. 요즘은 할아버지가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얼마나 몹쓸 병에 걸렸기에 저렇게 되었을까? 하구..


“저번 주에 할아버지가 경재엄마 수발 받아서 외출하려는데 과부가 그 길을 딱 가로막더래요. 일하다 말고 막 뛰어와서요.”


경재 할아버지 길을 가로 막았으면 호통을 장난 아니게 들었을 거다. 쯔쯔~


“그러고선 대뜸 자기가 어르신 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을 안다고 하더라는 거예요.”

“그 어르신 그거 고치려고 별 짓 다한 거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 서울에서 제일 용한 의사도 못 고쳤다는데 지가 무슨 수로?”

“그러니까요! 경재엄마가 혼비백산을 해서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짓이냐고 당장 비키라고 혼쭐을 내는데! 할아버지가 경재엄마를 말렸대요. 무슨 소린지 들어나 보자고. 그래서 얘기를 들어보니 이게 더 기가 막히는 거 아니겠어요?”


아빠는 엄마 얘기에 푹 빠져서 밥 먹는 것을 잊었다. 나도 티브이에서 눈을 뗐다.


“자기 아들이 사람 병 고치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래요.”

“뭐? 무슨 소리야 그게.”

“말 그대로예요. 무슨 자기 아들이 손을 얹으면 아픈 곳의 통증이 사라지고, 병이 달아난다나 뭐라나하는 소리를 장황하게 지껄였다는 거예요.”

“별 미친년을 다 보겠네.”


헐. 과부 집 아들내미는 얼마 전에 전학을 와서 친구 없이 혼자 다니는 애다. 말을 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딱 봐도 그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애로 보이진 않는다.


“경재엄마 펄쩍 뛰면서 어디서 해괴한 소리로 사람 홀리냐고 욕을 바가지 했다는데… 경재 할아버지 한참을 조용하게 과부 얼굴을 뜯어보더니. 아들내미 한 번 데려와 보라고 그러더래요.”

“노친네 노망났군!”

“그래서 결국 이튿날 그 여자가 지 아들내미 손 꼭 부여잡고 경재 할아버지 방에 들어갔는데.. 과부가 치료하기 전에 한 가지 아셔야 할 게 있다고 하더래요.”

“뭔데?”

“자기 아들이 가진 능력은 특별하고 까다로워서 한번밖에 행할 수가 없고 한번 행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필요로 한다나 뭐라나? 옆에서 듣고 있던 경재엄마.. 이년이 이걸 노리고 왔구나 감이 딱왔대요. 근데 그 과부가 대가를 말하길”


아빠와 나는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자기 월급을 두 배로 올려달라고.”

“허.. 참.”

“어르신 뭐 그러겠다고 했대요.”

“그래서 아들이 뭐했는데?”

“아무 것도 안 했대요. 어르신이 그러겠다고 하자마자 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대요. 경재엄마가 뭐냐, 치료는 안 하냐 물으니까 과부대신 그 아들이 아주 묘~한 눈빛으로 경재엄마를 보면서”

“….”

“….”

“이미 다 나았어요.”

“으악!”

“악!”


엄마가 아이 목소리를 흉내 내자마자 아빠와 나는 비명을 질렀다. 엄마는 우리를 놀래킨 게 재밌는지 꺄르르 웃었다. 아빠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혼자 거실에 앉아있기 무서워서 아빠 품으로 쪼로록 달려갔다.


“어쩜. 부자가 똑같이 겁이 많아?”

“왜 갑자기 놀래키구 그래!”


아빠가 엄마에게 성을 냈다. 사실 엄마는 아빠한테 삐진 걸 이런 식으로 복수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어, 음… 박지민! 너 숙제하러 가!”


엄마는 내 눈치를 보더니 나를 내쫓으려 했다. 내가 안 가겠다고 버티자 아빠는 그냥 말해보라면서 엄마를 채근했다.


“경재 할아버지 오늘 혼자서 저수지로 낚시 가셨다는데..”


나 때문에 엄마가 에둘러서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난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눈치 있는 5학년이다. 경재 할아버지는 수퍼에 갈 때도 부축 없이 거동하는 게 힘든 분이다. 근데 혼자 낚시를 가셨다고?


“..잠깐 괜찮아지신 거 아냐? 맘속으로 괜찮다, 괜찮다 하니까-”

“다들 그런 것 같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금요일에 서울 큰 병원 가서 검사 받아보신다고 하더라구요.”


엄마랑 아빠가 계속 과부와 그 아들내미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는 엄마아빠가 하는 얘기를 주워들으면서 남은 소시지 반찬을 전부 해치우고 다시 거실로 갔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는 이미 끝나 있었다. 으~ 바보 같다. 녹화도 안 해두었는데! 아, 경재는 분명 녹화를 했을 것이다. 내일 경재네 가서 봐야겠다.



















사실 우리 마을엔 과부가 한 명 더 있다. 김태형네 엄마와 달리 이 과부는 동네 사람들에게 과부라고 불리지 않는다. 우리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울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시다가 재작년에 우리 마을로 귀농하셨다. 선생님 남편이 몸이 많이 아파서 공기 좋고 사람 없는 곳으로 내려오셨다고 들었다. 선생님 남편은 키가 멀대 같이 크고 얼굴이 창백한 분이셨다. 가끔씩 우리 초등학교 교문 앞으로 선생님을 데리러 오곤 해서 나도 몇 번 뵌 적이 있다. 선생님 부부는 잉꼬처럼 사이가 좋았다.


작년에 선생님 남편이 돌아가시구.. 선생님은 많이 울었다. 어른들이 우리들을 장례식장에 못 가게 했기 때문에 우리는 선생님에게 편지와 시를 써서 드렸다. 선생님은 삼 개월을 쉬시고 올해부터 다시 학교에 나오셨다.


선생님은 여전히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신다. 엄마한테 이 얘기를 하니 엄마는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동네 사람들 모두가 선생님을 살뜰히 챙긴다. 말썽꾸러기인 우리도 사고를 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정도니 선생님이 여기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존경받는지 알만하다.


“야! 김경재! 너 유희왕 녹화했어?!”

“당연하지. 너 안 봤냐?”

“어어. 오늘 너네 집 가서 볼래!”

“나도!”

“나도 갈래!”


영식이랑 건욱이가 자기들도 가고 싶다고 난리법석을 피웠다. 경재네에는 꼬부랑글씨가 쓰인 과자랑 초콜렛이 가득하다. 쟤들은 그걸 노리는 거다. 늘 학원핑계를 대는 재웅이도 오늘은 학원에 안가는 날인지 우리보고 껴달라 했다. 이로서 5학년 남자아이들 모두가 학교 끝나고 경재네 집에서 놀기로 약속을 했다. 딱 한명 빼고.


우리보다 서너 걸음 앞서가는 과부 집 아들내미는 전교생의 기피대상이다. 집에 물이 안 나오는 건지 세수를 안 하고 오는 건지.. 얼굴에는 땟물이 줄줄 흘렀고, 몸에선 냄새가 났으며, 책가방도 없이 종이백에 교과서를 담아 다녔기 때문이다. 빼짝 말라가지고 덩치도 저학년 아이들처럼 작다. 우리 중 가장 뚱뚱한 영식이랑 비교해보면 몸이 반 토막이다. 거지의 몰골을 하고 있으니 누구도 선뜻 친구한다고 나서지 않아 몇 주째 혼자 지내고 있다. 그래서 볼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어제 엄마가 한 말을 들으니 오늘따라 더 신경이 쓰인다.


“야. 우리 쟤도 껴주자.”

“뭐?”


난 경재의 대답을 듣지 않고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혼자 너털너털 걷는 김태형의 등을 탁쳤다. 아주 살짝이었는데도 화들짝 놀라 커진 눈으로 돌아본다.


“야.”

“...?”

“우리 학교 끝나고 경재네 집에서 유희왕 볼 건데 너두 올래?”

“...나?”


설마 약간 바보인건가..? 그래서 이러고 다니는 건가? 말귀를 못 알아먹었는지 멍청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만 있다. 헤에- 벌린 입에서 침이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 같았고 약간 겁에 질려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가까이서보니 아주 못생기지는 않았네.


“응. 유희왕 좋아해?”

“유희왕?”


진짜 바본가...?


“그게 뭔데?”


우리가 얘기를 나누는 사이 경재랑 남은 애들은 우리를 지나쳐 갔다. 경재가 입모양으로 걘 절대 안 된다고 무언의 윽박을 지르는 것을 보지만 무시했다. 나는 책가방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공책을 탈탈 뒤졌다. 여기쯤 뒀을 텐데... 아! 여기 있다!


“이거!”


안 구겨지게 공책사이에 꽂아놓은 유희왕 카드를 김태형에게 건네주었다. 김태형은 완전 신기한 걸 보는 눈으로 유희왕카드를 관찰했다. 얘는 집에 티브이도 없나봐.


“아, 암튼 이거 볼 건데. 너도 와. 재밌어. 경재네 집에 가면 과자랑 초콜렛도 많아.”

“..가도 돼?”


카드에서 눈을 뗀 김태형이 나를 쳐다보면서 작게 물었다. 쪼끄만 게 눈이 엄청 커가지고.. 가끔 티브이에서 보는 아프리카 난민이랑 닮았다.


“오라니까?!”

“응..”


김태형은 조용하게 대답하고 나에게 카드를 건네줬다. 녀석의 꼬질꼬질한 손가락 사이에 들린 카드.. 이상하게 돌려받고 싶지가 않았다. 더러워서가 아니라 김태형이 카드를 홀린듯한 눈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너 가져.”


희귀한 카드도 아니고 문방구에서 200원이면 살 수 있는 거다. 선심 쓰듯이 김태형한테 카드를 주고 가방을 다시 챙겨 교문으로 들어섰다. 금방 따라올 줄 알았던 김태형은 내가 실내화 갈아 신는 곳에 다다를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에?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있었던 자리에 그대로 서서 내가 준 카드를 내려다보고 있다. 쟤 뭐하는 거지?


“야아~! 김태형!”


내가 이름을 부르자 놀란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내 쪽을 본다.


“종쳤어! 빨리 와!”


김태형은 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하는 데도 멍청한 표정으로 날 보고만 있었다. 진짜 바보같이...






















“야. 나 쟤 싫어. 냄새난단 말이야.”


경재네 집으로 가는 길. 영식이가 나에게 바짝 붙어서면서 김태형 들으란 듯이 말했다. 경재, 나, 영식이, 재웅이, 건욱이가 쪼로록 나란히 걸었고 김태형은 우리보다 조금 뒤에서 우리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옆으로 오라고 계속 말하는 데도 걸음이 느려서 그런지 자꾸 뒤쳐진다. 경재는 김태형 때문에 나한테 삐져있고, 건욱이랑 영식이는 아까부터 계속 투정이다.


“아 비켜 쫌! 너한테도 땀 냄새나!”


에잇- 귀찮어. 나는 영식이를 밀어내고 아예 뒤로 빠졌다. 김태형 옆으로 가서 보폭을 맞추니 김태형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경재는 김태형과 나란히 걷는 나를 보고 팽토라졌다. 경재는 친구욕심이 많아서 내가 자기보다 누굴 더 챙기거나.. 친하게 지내면 무조건 삐지고 화낸다. 여자애들처럼.. 에효 유치해.


“야. 너 쫌 빨리 걸으면 안 돼?”

“...”


김태형은 대답 없이 발만 빨리 했다. 그게 웃겨서 더 빨리 더 빨리-를 주문하니 이제 숫제 달릴 기세다. 나도 모르게 큰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소리에 김태형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딱 쳐다봤다. 웃는 사람 처음 본 것처럼 해괴한 표정이다.


“헐. 너 가방 터졌어.”


김태형의 종이백이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조금씩 찢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종이백이 기어코 좌아악- 찢어지면서 안에 있던 교과서와 연필 지우개 등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앞서가던 경재네가 우리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어, 어쩌지...”


김태형은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찢어진 종이백에 열심히 교과서를 그러담아 품에 안았다.


“그러고 가게?”

“으응..”


흙바닥에 뒹굴어 더러워진 책 더미를 안고 있으니 진짜 거렁뱅이가 따로 없다.


“야. 그거 내 가방에 넣자. 그러고 집까지 어떻게 가?”

“아..괜찮은..”

“됐어. 여기다가 넣어.”


가방을 내려놓고 가방 문을 열어 활짝 벌려주었다. 김태형은 잠시 망설이다가 내가 재촉하자 자신의 교과서와 필기구를 내 가방 속으로 우르르 쏟아 넣었다. 가방 문을 닫고 끙차- 가방을 멨다. 으악. 엄청나게 묵직하다.


“내.. 내가 들까?”


김태형이 걱정스런 눈으로 나와 내 가방을 번갈아 보았다. 얘는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걸까? 말더듬이에 눈동자는 계속 데굴데굴...


“너 이거 들면 쓰러질걸?”

“아..아냐. 나 힘 쎄.”

“됐어. 내가 들게!”

“나 진짜 힘 쎄!”


김태형이 나뭇가지 같은 앙상한 팔로 내 가방끈을 붙잡아 당겼다. 뭐하냐 얘..? 싶었던 것도 잠시, 나는 속수무책으로 김태형 쪽으로 끌려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뒷걸음질 치다가 발이 꼬여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미, 미안, 미안해. 괜찮아? 어떻게 해..”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지만 이런 가시고시 같은 놈에게 끌려가다 넘어져서 우는 것만큼 쪽팔린 일은 없는지라 눈물을 꾹 참았다. 일부러 벌떡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척 엉덩이를 탁탁 털었다. 나보다 머리하나는 작은 게 힘이 오지게 쎄다.


“내가 들 거야!”

“...으응...”


윽박을 지르고 먼저 척척 걸었다. 걷다가 보니까 김태형이 또 안 보인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야! 너 뭐해!”


김태형은 또 대답 없이 그 자리에 서있기만 했다. 자꾸 왜 저러지? 눈은 흐리멍텅하게 풀려가지고.. 저기서 고사를 지내나?


“김태형!”


내가 이름을 부르자 김태형이 아침처럼 번쩍 고개를 든다.


“빨리 와!”


그리고 내 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말 잘 듣는 바둑이처럼.


귀엽다. 옛날부터 동생이 가지고 싶었는데 얘는 몸집도 작고, 하는 것도 뭔가 모자라 보이니 동생 삼으면 딱 좋겠다. 김태형은 나한테 보폭을 맞추며 열심히 걸었다. 우리는 앞서간 애들이 보일 때까지 걸음을 부지런히 했다.








《신통기》(神統記, 고대 그리스어: Θεογονία 테오고니아[*]) 또는 《신들의 계보》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의 서사시로 우주의 탄생과 신들의 기원 및 계통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mysteryhomo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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