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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k in the pink

꾹인더핑크


Jason Mraz - Geek in the pink



비가 온다. 이틀 째. 장마가 다시 도졌나 씨발. 아... 좆같다. 머리도 못 감고 나왔는데.. 비까지 맞으면 참 볼만하겠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정호석이 전화질이다.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 꺼내기도 귀찮다. 사실 그게 귀찮기 보다는 정호석이랑 말하는 게 귀찮다. 요즘 가는귀가 먹었는지 세 번 이상 반복하지 않으면 알아 처먹지 못해서 전화로 말 섞으면 울화병 도진다. 씨빨 버스 왜 안 오는 건데 대체. 싸우자는 거냐?


아 학교가기 싫다. 꼭 오늘만 가기 싫은 게 아니라 내가 학굘 다녀서 뭐하나 싶다. 나도 좀 건설적인 미래 계획을 가지고 싶은데.. 오늘날까지 학교 책상에 앉아서 머릿수 채워주는 걸로 인생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래도 작년엔 꿈이 있었다. 프로게이머..... 정호석한테 오버워치 처발린 뒤로 때려 쳤지만.. 생각해보면 정호석은 아주 개새끼다.


“아! 아저씨!!!!”


사람 뻔히 서있는데 그냥 지나치는 건 뭐냐??? 31번 뒤꽁무니를 쾅쾅 치면서 따라붙었다. 즈엔장 들은 척도 안하고 급발진 한다. 일부러 저러는 건가? 뛰다가 우산이 뒤집혀져서 꼴이 말이 아니다. 내 꼴도 내 꼴이지만 우산 꼴이.. 대로변에 우산을 내팽겨 치고 뒤로 돌아서자마자 식겁잔치 했다. 푸조가 날 향해 돌진하다가 바로 코앞에서 멈췄다. 엄창 오줌 쌀 뻔했다.


“괜찮아요???”


앞좌석에서 키가 좆만한 남자하나가 튀어나왔다.


“다쳤어???”

“아..아뇨..”


얼떨결에 답하고 왜 솔직하게 말했을까 존나 후회했다. 바닥을 구르며 돈을 뜯어내도 모자랄 판에..


“많이 놀란 것 같은데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하긴? 내가 아냐?


“옷도 다 젖었고... 병원 가봐야 돼.”

“예? 아니 저 학교..”

“지금 학교가 중요해???”


남자가 대뜸 화를 냈다. 애초에 달려든 게 누군데 나한테 역정인지? 물론 이걸로 학교 안 가면 나야좋다.


“아 그럼 병원 갈까요?”

“......”

“가시죠.”


나는 내 발로 걸어서 푸조 조수석에 탔다. 걸을 때 발목이 찌릿찌릿한게 좀 아팠지만 뭐 그러려니...










뼈에 금이 갔단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난 차에 치이지도 않았는데?


“너 되게 웃기다.”

“이 보상을 어떻게 해주실 거죠?”

“뭘 바라는데?”


남자가 팔짱을 끼고 날 내려다봤다. 좀.. 한심해하는 것 같은 눈으로..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날 제대로 못 봤나본데 이제야 내가 그저 그런 양아치인 걸 눈치챘나보다. 새끼 너 딱 걸렸어. 내가 탈수기마냥 널 쥐어 짜줄 테다.


“돈 주셔야죠. 피해보상금?? 몰라요?? 다 아시게 생기신 분이..”


남자의 눈썹이 꿈틀했다.


“네가 대로변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잖아.”

“갑자기라뇨 원래 거기 서 있었어요.”

“그니까 왜 차도에 서 있냐고 가뜩이나 비오는 날에”

“제 맘인데여”


남자는 솔직히.. 좀 애처럼 생겼다. 그래서 더 아니꼬왔다. 끽해야 나보다 두세 살 많아 보이는 새끼가 감히 푸조를 몰고 다니다니.. 분명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탄탄대로 같은 인생을 살아왔음에 틀림없다. 그 길에 나하나 쯤 바리게이트로 끼어들어줘도 상관없겠지.


“집에 가서 너 부모님이랑 상의한 다음에 말해. 핸드폰 줘봐.”

“폰은 왜요”

“번호 찍어야지”


흠? 이상하다.. 남자가 번호를 찍는다고 말하는데 머리털이 쭈뼛섰다. 왜.. 왜이러지? 폰을 넘겨주는 손도 이상하게 달달 떨렸다. 왜이래..?? 남자도 날 이상하게 본다..


“교통사고 후유증 인가 봐요.”

“참나..”











예상했던 대로 박지민은 졸부집 막내아들에 대학도 취미로 다니는 빌어먹을 새끼였다. 나는 지난 삼 주 간 박지민을 종처럼 부려가며 호의호식했다... 면 좋겠지만 박지민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간이 아니었다. 십할. 시간 날 때 마다 내 등하굣길에 기사노릇을 해주긴 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전화 씹기가 일쑤고 어젠 내 카톡도 씹었다. 근데 더 빡치는 건 내 카톡은 씹었으면서 카톡프로필 사진은 바꿨다는 거다. 그것도 지 친구인지 뭔지 모를 빡빡이랑 볼을 맞대고 있는 아주 다정한 사진으루다가. 나는 오늘 본 쪽지시험지를 폐휴지함에 갈겨 버렸다. 공부는 매번 하기가 싫었지만 어젯밤에는 분기가 탱천해서 영어 단어를 한자도 볼 수가 없었다. 덕분에 오늘 나는 40개 중 38개를 틀렸고 볼기가 찢어지도록 매를 맞았다. 이건 모두 박지민 탓인 거 같다.


“아 형? 진짜 안 올 거에여? 저 다리아파 뒤지겠는데? 네?”

-오늘은 안 돼. 친구 휴가 나왔단 말야.


무슨 이등병 새끼가 휴가가 이렇게 잦아? 하마터면 부대 전화번호 대라고 할 뻔 했다. 오늘은 모처럼 노는 토요일이니 박지민을 졸라 빕스나 빕스같은 데나 빕스처럼 괜찮은 곳을 가려 했건만.... 뭐 약속이 있으시다면야..


“형 그럼 밤에 만나요.”

-내가 왜 널 밤에 만나?

“우리 사이에 이럼 섭하죠.”

-너랑 내 사이가 뭔데


박지민의 대수롭지 않은 질문에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그러게? 박지민과 나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피해자랑 피의자 관계로 치부하기에는 지난 몇 주간 나의 행적이... 헉.. 그렇다. 나의 이 태도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싫다는 박지민을 보상이라는 핑계로 자꾸 불러내며 영화도 보러 다니고.. 밥도 얻어먹고.. 같이 피방가서 오버워치도 좀 하고 그랬던 건..


-야?


나는 본래 고민을 길게 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러기엔 인생이 좆같이 짧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들 날 무식한 문제아라고 생각하지만 난 내가 그런 시시껄렁한 놈이 아니란 걸 잘 알지. 난 쿨하게 인정을 했다. 나 이 늙다리한테 끌리나 봐. 막상 결론을 내리고 나니 좌심방 우심실이 지랄발작을 해 말도 안하고 본래의 용건도 잊고 전화를 끊었다. 이를 어쩌면 좋냐... 그 때 폰이 다시 진동했다.


[왜전화는맘대로끊구그래?]


박지민한테서 온 카톡이었다. 프로필은 여전히 군바리 새끼와 볼을 부비고 있는 그것.


[내카톡씹지마용]


뒤의 ㅇ은 오타다. 본래 아이폰이 다 그렇다. 감정을 주체 못한 손가락이 일일이 셀 수도 없는 오타를 만들어 냈다.


[혀ㅇ옹ㅇ늘만나여]

[내가안된다고했자나ㅡㅡ]

[죽ㅇ어버릴거야]


앗 시발! 죽여버릴거야라고 쓰려했는데.. 하지만 이것도 꽤 효과가 좋다. 박지민이 무수한 ㅋㅋㅋ를 보내며 반응해줬다.


[죽긴왜죽어ㅋㅋ]

[ㄴㅐ친ㄴ구들ㄹ다ㅏ놀러가는데]

[ㅋㅋㅋㅋㅋ]

[난ㄴ 다리가병신이ㅣ라]


박지민이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끼길 바라며 열심히 카톡을 작성했다.


[야12시지나서도괜찮아?]

[ㅇㅋ짱조아]









나는 열두시에 오실 지민님을 영접하기 위해 미용실에 가서 머리 좀 다듬고 옷도 좀 사고.. 그러려고 했지만 결정적으로 돈이 없었다. 엄마 오만원만.. 니 새끼한테는 오백원도 아까워.. 엄마가 수건을 개키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주방가위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머리를 좀 잘라보려 했지만 구렛나루만 다듬고 끝났다. 지역사회에서 나름 먹어준다고 평을 들은 얼굴이 오늘따라... 다크써클도 너무 짙어 보이고 피부도 각질 같은 게 올라온 것 같고.. 들여다볼수록 열 받아서 화장실 문을 쾅 닫고 나왔다. 왜 지랄이야!! 엄마가 소릴 질렀다. 아마도 내가 돈을 못 받아서 반항한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그게 맞았으므로 나는 내 방문도 콰아아앙!!! 닫고 들어갔다. 엄마가 쥐꼬리마한 용돈마저 깎아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내가 그런 거 아냐!!! 바람 때문이란 말야!!! 엄마는 그제야 잠잠해졌다.


옷장을 봤다. 거울을 볼 때와 비슷한 빡침이 스물스물 기어 올라왔다. 새 옷 산지가 언젠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아니 방금 기억났다. 4월 달에 수학여행 때문에 엄마 발밑에 엎드려 사흘밤낮을 졸라서 산 내 플랙진... 저걸로 제주도를 휩쓸고 왔지 내가. 나는 냉큼 바지를 꺼냈다. 하지만 왠지 구려... 다시 바지를 집어 던지고 내 몸도 침대에 집어던졌다.


비통하도다. 박지민한테 꼴려서 설레는 마음은 두 시간도 가질 않았다. 이제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박지민은 나보다 나이도 많고, 돈도 많고, 친구도 많다. 제기랄 씨팔~ 난 가진 게 뭐냐? 그나마 박지민보다 나은 것... 얼굴? 키? 음.. 그런 것 같다. 나는 이걸로 박지민을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혀어어엉!!”


나는 박지민의 차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부터 손을 흔들었다. 푸조는 별로 서두르는 기색 없이 내 앞에 섰다. 나는 당연히 조수석을 열었다가....


“이게.. 뭐야?”

“너 지금 반말 한 거야?”


반말이고 자시고. 지금 니 조수석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자고 있는 이 불곰새끼는 뭔데?


“친구야. 꽐라돼서 데려다 줘야 돼.”

“...”

“너 안 탈거면 그냥 간다?!”


그럴 순 없지. 나는 냉큼 뒷좌석에 올라탔다.


“얘만 데려다 주고 너랑 놀아줄게”

“선심 쓰듯이 말하지 마여”

“그럼 이게 선심이지 뭐야?”


그냥 이유 없이 화가 났다. 사실 이유가 없진 않고.. 아침나절에 날 졸라 짜증나게 했던 문제가 다시 한 번 떠올라서 나는 이성을 잃고 박지민의 뒷목을 조른 후 키스.. 하려고 했지만 그냥 크게 발을 구르고 말았다.


“삐졌냐?”

“개빡침”

“미치겠다. 너 때문에.”


박지민이 막 웃었다. 나도 미치겠어 님때매.











“도와줘여?”

“아니 됐어. 걍 차에 있어.”

“싫은데..”

“여기다 떨구고 가기 전에 말 들어라.”


박지민이 그 좆만한 몸에 불곰을 떠메며 으르렁댔다. 그래봤자 하나도 안 무서움. 졸라 귀여움. 박지민의 등에 업힌 민폐불곰은 몸을 못 가누고 비틀비틀 거리다 기어코 바닥을 굴렀다. 불곰이 앉았던 조수석자리에 미리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창밖으로 그 꼴을 보고 있던 나는 박지민 들으라는 양 혀를 크게 찼다. 쯔쯔쯔~~ 박지민이 불곰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덩치가 덩치인지라 일이 쉽지 않아보였다. 근데도 죽어도 도와달란 소리 안하지? 나는 새삼 박지민의 남자병에 대해 고찰했다. 내가 박지민을 함락 시키려면 저 병부터 어떻게 해야..


“헐”


나는 혀를 깨물었다. 그리고 놀랐다. 혀를 깨물어서 놀란 건 아니고, 놀라서 혀를 깨물었는데.. 뭐라 지껄이는 거야 진짜. 나는 차문을 열고 튀어나갔다. 그리고 박지민의 뒷목을 잡아 누르면서 열렬한 키스를 퍼붓고 있는 불곰새끼의 배를 발로 힘껏 깠다. 불곰은 몸을 조금 움찔거리고 말았다. 그리곤 다시 폭풍키스. 박지민은 흡사 불곰새끼의 먹이로 먹히는 듯했다. 나는 너무 열이 받고 당황하고 해서.. 박지민을 떼어놓으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세상엔 힘이 센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 세 타입만 꼽으라면 1. 덩치 좋은 놈 2. 술 취한 놈 3. 미친놈 불곰새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으므로 나는 도리가 없었다. 동부센트레빌 주민들이 이 꼴을 발견한다면 문제가 아주 커질 것이다. 박지민의 겨드랑이사이로 손을 넣어 상체를 그러안고 힘껏 바깥으로 떼어냈다.


“헉헉..”


어떻게 하지? 소용이 없다. 나는 쓸 만한 둔기 같은 것이 없나 주위를 둘러봤다. 야구방망이면 딱 좋겠다.


“끄읍..”


그러다 박지민의 비명에 다시 불곰을 봤는데 이제 아예 박지민을 타고 올라갔다. 그 새끼 하체가.. 지네 동네 지상 주차장에서 라이브 섹스쇼라도 벌일 판이다. 나는 망설임 없는 동작으로 불곰의 볼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불곰이.. 쿵- 소리를 내며 옆으로 엎어졌다. 그러고서 크어어엉 코를 골며 잔다.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 잇다가 박지민이 주섬주섬 일어나 옷을 터는 걸 보고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씨발 뭐예여!?!?!?”

“뭐가...”

“형 게이야????”


안 그래도 두꺼운 입술이 아주 부어 터져서.. 명란젓같이 된 박지민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아.. 갑자기 명란젓이 먹고 싶다.


“정국아”

“뭐!!!”

“너 왜 울어.. 네가 당한 것도 아니잖아.”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박지민은 내내 퉁퉁 부어있는 나를 달래려고 술집에 데려갔다. 그 따위 걸로 내 마음이 풀릴 줄 알아??? 라고 했지만 고급 이자카야에 한 발짝을 들이면서부터 내 마음은 1/3쯤 풀려 선덕선덕했다. 신분증 검사는... 오히려 박지민이 당했다.


박지민은 메뉴판에서 젤 비싼 소고기타다끼를 비롯해 안주를 세 개나 시켰다. 소 먹어본지가 4개월 쯤 된 것 같다. 여름 방학 전날 급식에 소고기 무국이 나왔던 것 같으니.... 나는 개처럼 소고기를 흡입했다. 누가 보면 저녁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것도 맞았다. 나는 공복이었으므로.


“안주빨 엄청 세우네”

“말 걸지마요 나 생각 좀 하게”

“무슨 생각... 먹는 걸로 밖에 안 보여”


나는 손으론 열심히 항정살 꼬치를 집어먹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 불.. 형 친구 뭐예요? 왜 형한테 키..키..”

“그냥 친구야.”


개구라를 쳐라 진짜. 나도 너 만큼은 아니어도 친구가 좀 있는데.. 걔네 중 누구도 나한테 반갑다고 입술 부비지 않는다.


“구라 좀 작작..”

“지금은 그냥 친구 맞아.”

“옛날에는요?”

“애인...”


허어. 나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복잡한 마음에 도미머리 매운탕 국물을 호로록 호로록 들이마셨다. 박지민은 지 혼자서 술을 채우더니 상의도 없이 잔을 비우기 시작했다.


“왜 혼자 마셔요”

“우울해”


그러고서 또 한 잔을 비우는 것이다. 금세 얼굴이 벌개진 박지민이 내가 떠먹여 주는 치킨 가라아게를 냉큼 받아먹었다. 흠... 존나 귀엽군..


“형 카톡 프로필 그 친구랑 찍은 거져?”

“몰라..”


모르긴 뭘 몰라. 딱 보니 견적이 나오는데


“형 그렇게 안 봤는데 되게..”

“되게 뭐”

“형 그런 걸 뭐라고 하는 주 알아여? 어장관리라고 해여. 어장관리.. 들어는 봤나?”


박지민이 나한테 기본안주로 나온 완두콩을 던졌다. 앙증맞게 하나만 던진 게 아니라 사발째로. 왜 이래!! 나는 놀라서 박지민을 봤다. 헉.. 취기가 올랐나? 박지민의 눈물이 타이밍을 모르고 흐르고 있었다. 아니 울려면 아까 불곰한테 당했을 때 울어야지 왜 지금 울어? 내 말이 그렇게 서러웠나?


“혀..형..”

“네가 뭘 알아.”


그러고서 박지민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멀리는 안 갔고.. 화장실로.


나는 정중하게 노크를 했다. 화장실 안쪽에선 박지민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제기랄... 못 믿겠지만.. 가슴이 찢어지려고 한다. 대체 왜 우냐?


“형.. 형 이거 열어봐요.. 미안해요..”

“됐어.. 가.”

“형 나 때매 우는 거예요?”

“가라고”


크으으응 박지민 코푸는 소리가 들려서 나까지 울적해졌다.


“혀엉...”

“너 때문에 우는 거 아니니까 가라고!!!”

“그럼 문 좀 열어봐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렸다. 박지민이 변기에 걸터앉은 채 씩씩대고 있었다.. 코가 빨개져서.. 눈물은 그렁그렁하고.. 아..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존꼴!


나는 울고 있는 박지민 앞에.. 그러니까 변기 앞에 쭈그려 앉아서 박지민을 올려다봤다. 남자랑 화장실 한 칸에 처박히다니 이건 머리털 나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시츄에이션인데


“그럼 왜 울어요? 친구 때매?”

“...몰라”

“친구가 속상하게 했어요?”


그 개시발놈이?


“...차인 지 얼마 안 됐어.”

“차였다구요?!”

“응..”

“근데 왜 키스를 하고 지랄이에요???”

“원래 그래..”


박지민은 좀.. 씹새끼 스타일의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보다.


“그걸 가만히 냅둬요? 왜 헤어졌는데요?”

“걔가 여자 생겨서..”


나참 이런 복장 터지는 사람을 봤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박지민이 이제 나를 올려본다. 입술은 여전히 명란젓.. 다시 말하지만 아까부터 난 명란젓이 먹고 싶었다.


“진짜 병신이다 형..”

“말 가려서 해라.”

“아직도 좋아해여?”

“..나도 모르겠어. 그냥.. 외로워. 이 바닥은 파트너 구하기도 쉽지 않고..”


그 순간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진짜 친 건 아니고 관용적 표현으루다가...


“형! 다신 그 형 만나지 마요!”

“응?”

“외로우면 나랑 만나면 되잖아요.”


박지민이 아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대체 이건 무슨 개소리냐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뭐야 너.. 장난치지 마”

“내가 여기서 형 홀라당 벗긴 다음 후장 따도 장난이라고 할래요?”


이건 좀 장난이었는데 박지민이 주먹으로 퍽 쳤다. 내 거시기를


“죽는다?”


얼굴 빨개졌어.. 귀여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박지민과 나는 그날 모텔에 갔다. 무인모텔?? 요즘엔 별 신기한 게 다 있다. 박지민이 입구 앞에서 기계랑 몇 분 씨름하고 얻어낸 방은 내가 번개 할 때마다 애용하는 싸구려 모텔들이랑은 질이 달랐다. 일단 시트부터가. 난 모텔은 다 꽃무늬 시트를 쓰는 줄로만 알았지. 하얗고 폭신한 시트에 엉덩이를 대니 긴장 때문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사실 남자랑은 처음이다. 박지민도 어색한지 명목상으로 사온 술병을 들었다 놨다하여 뻘짓을 하고 있다.


“형”

“어어?"

"이리 와 봐요“


박지민이 침을 꼴깍 삼키는 게 보였다. 박지민은 내 앞으로 네 걸음 오다가 갑자기 두 걸음 뒷걸음질 쳤다. 박지민한테 달려들 만반의 준비를 한 나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였으므로 뭐냐는 눈빛으로 박지민을 추궁했다.


“야.. 내가 실수한 것 같아.”

“뭐가요?”

“아니... 나 사실.. 걔랑 섹스 해 본 적 없어..”

“응?”

“...처음이란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벌떡 일어나서 박지민의 옷을 북북 찢고 전희고 뭐고 짐승같이 박아 넣.. 으려 했지만 병신 다리 때문에 그러지는 못하고 박지민에게 말로서 사정했다.


“형형.. 빨리 와 봐요..”

“왜에..”


왜라니 시발 몰라서 물어?


“빨리.. 빨리요..”


박지민이 에라잇 모르겠다!! 하는 표정으로 내 앞에 왔다. 나는 박지민을 침대로 패대기쳤다. 발라당 누워서 눈을 동그랗게 뜬 박지민을 보니 머리꼭지가 돌다 못해 온 몸이 스크류바 처럼 베베 꼬일 지경이었다. 아이고 누가 널 이렇게 예쁘게 낳아줬니? 내 배로 낳은 건 아니지만 내 새끼 같구나..!


박지민을 전라로 만드는 건 쉬웠다. 깁스가 방해 했지만 나도 겁나 애를 쓰면서 전라가 됐다. 박지민이 발가락부터 이마까지 다 빨개져서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그 순간 충동을 참지 못하고..


“형.. 나 진짜 진심으로 온 마음 다해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무..슨 부탁..”

“지금 나랑 셀카 한 방만 찍어요..”

“지랄 마!”

“왜요!”

“미쳤냐 진짜???”


안 되는구나.. 제길! 몰래 찍을 걸! 흥이 확 깼는지 박지민이 나한테 비키라며 징징댔다. 하지만 고렇게는 안 돼지. 나는 다시 박지민의 귀며 목덜미를 챱챱챱챱 빨면서 박지민을 말랑말랑하게 녹였다. 물론 나도 녹았고.


“야.. 너무 아파..”


아직 넣지도 않았는데 박지민이 엄살을 떨었다. 사실 엄살이 아닐지도... 어떻게 이 손톱만한 구멍으로 내께 들어가지??


“형 좀 참아 봐요. 성인이잖아요.”


되도 않는 이유를 붙였지만 박지민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쁜 게 말도 잘 듣네.


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름하야 바로 뚫고 들어가기. 박지민의 허리를 폴더처럼 접고 위에서부터 내려찍으니 대충 반 정도가 꾸역꾸역 들어가긴 했다. 아래를 보니 박지민이 아주... 아주 경악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생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마음은 아픈데 나도 사정이 사정인지라 봐 줄 수가 없었다. 박지민의 포동포동한 엉덩이가 내 것을 냠냠 집어삼켰다. 처음이라더니! 타고 났군! 나는 어느 여자애에게서도 느껴볼 수 없었던 찰진 조임에 홍가서 체내 사정을 했다. 이성을 잃고... 박지민이 짜증이 난다며 울어서 뽀뽀를 쪽쪽쪽쪽 해주며 달래다가 또 꼴려서 자세 바꿔서 한 번.. 탈진하겠다며 징징대는 걸 얼러가며 한 번.. 샤워를 하겠답시고 욕실로 도망치는 걸 쫓아 들어가서 한 번.. 다시 나와서 한 번.. 박지민은 밤새 나한테 죽어났다. 그리고 나는 완전히 저당 잡혔다. 내 인생을. 박지민에게.













“못 걷겠어.”


엄살이 아니라 박지민은 정말로 두 걸음을 뗐다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버렸다.


“내가 업고 갈까?”

“반말 하지 마.”

“알았어.”

“야!!!”


나는 윽박을 지르려는 박지민의 입을 내 입으로 막아버렸다. 박지민은 버둥버둥 거리다가 축 늘어져서 내 열렬한 키스를 받아냈다.


“못 해.. 더는..”

“형 진짜 씨발 존나 좋아요..”


욕설이 뒤섞인 내 고백이 싫지는 않은지 박지민이 입술을 움찔댔다.


“형도 저 좋져?”

“...몰라..”

“한 번 더 할까?”

“...넌 너무 가볍단 말이야”

“헐”


나는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 가볍다니. 가볍다니. 네 자신을 알라. 나보다 가벼워 보이는 사람한테 그 얘길 들으니 더 충격이었다.


“걔도 그랬어.. 맨날 나랑 잘 생각밖에 없고.. 결국엔 차였지만.”

“그래서 내가 그 불곰이랑 같단 말이야?”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몰라 나 갈 거야.”


박지민이 꾸역꾸역 일어나서 비틀비틀거리며 모텔 방을 나갔다. 그 때까지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나는 뭐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감도 못 잡고 있었다. 저거 어제 나랑 신나게 굴러놓고 왜 저래? 나는 뒤늦게 박지민을 따라 나갔다. 박지민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문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이건 무슨..


“..삼 분 걸렸네..”

“뭐가?”

“걘 삼십분 걸렸는데”


그래서 난 합격인 것인가?


“형 생각해 봐요. 난 연하에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어요. 게다가 힘도 좋아. 괜찮지 않아요? 군대도 형보다 늦게 감. 원하면 같이 가줄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별 볼일 없는 조건이었지만 박지민의 표정이 좋았다. 아.. 설레..


“사실 말이야.. 너 처음에 봤을 때 친 거.. 그거 모르고 그런 거 아니었어”


응?


“그 날이 헤어진 날이었거든. 너무 화나서.. 사람 한 명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네가 딱 거기 서있는 거야.”

“...뭐..뭐요?”


지금 나를 죽이려고 했다는 소리?????? 막 분위기 좋아지려고 했는데 왜 이러냐???


“막 사고내고 정신이 퍼뜩 들었는데.. 너가 막 절뚝거리면서 내 차로 걸어갔잖아 미련하게”

“그랬죠..”

“그 때..”


난 박지민이 뭔 말을 하려는 지 딱 눈치 챘다.


“너 진짜 귀여웠어..”

“지금은요?”

“지금은 멋있고..”


난 벌떡 일어나 박지민을 어깨에 들쳐 멨다. 박지민이 버둥거리며 난리를 쳤지만 내 힘에 당할쏘냐.. 난 방금 나온 모텔방에 다시 박지민을 내려놓고 그 위로 달려들었다. 넌 한참 더 혼나야 돼.


“왜 이래에!!”

“형 왜 여자 아니에요?”

“뭐래!!”


여자면 내가 확 임신시킨 다음에 아주 발 묶어버리는 건데... 너는 왜 박지민이어서 시작부터 날 불안하게 만드는 거냐!


“백 번하면 임신 할라나..?”

“천 번해도 안 돼.”


형이 어떻게 알아여? 나는 박지민의 바지를 막막 벗기면서 억지를 부렸다. 박지민이 내 머리를 쥐어뜯으며 더는 못한다고 소릴 질렀다. 요즘 시대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정말 천 번해도 안 돼?”

“반말하지 말랬지.”

“내 애기 좀 낳아줘 지민아..”


나는 진심으로 말했는데 박지민이 막 웃었다. 야.. 나는 심각하다구.. 네가 너무 좋아서 돌아버릴 만크음


“형형 나랑 셀카찍어요.”

“안 된다고 했지!”

“아니아니 건전하게.. 완전 건전은 아니고 대충 좀..”


나는 맘대로 박지민 폰을 가져와 카메라를 켜고 싫다는 박지민을 억지로 웃게 하면서 셀카를 찍었다. 둘 다 상태가 최상은 아니지만 나름 귀엽게 나와서 흐뭇하게 보고 있으니 박지민이 왜 그러냐며 물었다.


“왜긴요. 형 카톡 프로필 바꿔야죠.”













귀여운 또라이geek 꾹gook이.. 사랑에 빠진in the pink 꾹이.. 꾹인더핑크...

@mysteryhomo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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