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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I do

Play with Vmin vol2


Trey Songz - Animal





태형은 꽤 오랫동안 엠생을 살았다.


태형의 삶이 망테크를 타기 시작한 건 너무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라 태형은 그 발단이 어디서부터인지도 가물가물했다. 고등학교를 퇴학당한 때부터 였을까? 아니다. 그때는 이미 초전박살이 난 후다. 그렇다면 강제전학을 가야했을 때? 처음 정학을 먹었을 때? 학교에 구린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아냐. 다 아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해보자. 근본적으로.


태형의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빠가 엄마를 좋아하지 않았다. 태형은 엄마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엄마와 결혼한 아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훗날 아빠는 그게 남자의 의무였다고 변명했으나 태형의 귀에는 개소리로만 들렸다. 어쨌건 사이가 좋지 않던 둘 사이에서 태형이 태어났다.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온갖 쌍욕와 저주의 말을 태교로 들었던 태형은 그 영향 때문인지 어쩐지 조금 불안정한 아이로 자랐다. 갓난이 때는 몸이 그랬고 걸음마를 뗄 쯤에는 머리가 그랬다. 태형은 인지심리검사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나타내며 그들의 전쟁에 명분 하나를 더 해주었다. 박 터지게 싸우던 둘은 결국 태형의 초등학교 입학식 이틀 전에 이혼했다. 모양은 합의이혼이었지만 실은 아빠가 엄마로부터 도망친 거다. 태형만 혼자 남겨두고 줄행랑을 놓은 거다. 거기서 전쟁이 일단락되었다면 좋았으련만 엄마는 끈질겼다. 한 번 사냥감의 목덜미를 잡으면 절대 놓치는 법이 없는 표범처럼 이혼하고 나서도 오랜 기간 아빠를 괴롭혔다. 그 과정에서 엄마가 당한 갖은 수모를 나열하자면 삼박사일이 한참 모자라다. 엄마는 그걸 사랑이라 표현했다. 사랑? 사랑이라고? 그렇다면 평생 사랑 같은 건 하지 않기로, 어린 날의 태형은 결심했다.


아빠가 새살림을 비슷한 것을 차리자 엄마의 패악은 더 심해졌다. 그녀는 술만 마시면 전 남편에게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 그러다가 기어코 손, 아니 칼까지 대고 말았다. 전남편의 새 연인을 상대로 칼부림을 한 것이다. 다행히 피해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가해자는 살인미수로 입건이 되었다. 얼마안가 그녀는 재판을 받았고, 징역을 살았고, 출소를 했으나 얼마안가 자살했다. 아들의 방 안에서 옷걸이에 목을 맨 채 하교한 아들을 반겨주었다.


태형은 어쩔 수 없이 아빠의 몫으로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외가에서는 애미 잡아먹은 놈이라며 태형을 거부했고 법률상 친권자인 아빠는 태형의 조부모 그러니까 자신의 아버지와 이미 척을 진 상태라 태형을 떠넘길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셋이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태형은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는 정말로 씹스러웠다. 몸집이 작고 음침한 아이였던 중학교 1학년 태형은 그 외양만으로도 좆밥이 되기 딱 좋은 녀석이었는데 거기에 더하여 구린 소문들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었다. 태형은 지방의 중소도시에 살았다. 특히 태형이 거주하던 동네는 유난히 이웃들끼리 격 없이 지내 저녁밥상머리에서 꺼낸 화제가 다음날 아침이면 모두의 입에 오르락 내리는 존나게 골 때리는 곳이었다. 인간은 본래 다른 사람 얘기하기 좋아하고 남 욕하면서 지들끼리 결속을 다지는 비열한 종족이다. 그 태초의 프로그래밍 덕에 태형은 평생 원치 않는 셀렙 행세를 해야만 했다. 동네에는 세 살배기 어린 애서부터 관 짜고 들어가기 직전의 노인까지 태형의 집안 사정에 대해 모르는 이가 없었다. 안 그래도 무성했던 소문은 엄마의 자살 이후 생명력을 얻어 지 스스로 몸집을 키우고 모습을 변형하기 시작했다. 생명력을 얻었다는 말 외에 달리 쓸 표현이 없었다. 소문은 정말로 살아 움직였다. 나중에는 태형이 엄마를 죽였다는 허무맹랑한 모습을 변해서 태형을 놀리듯 히죽 웃었다. 엄마를 죽이고도 어떻게 멀쩡히 거리를 활보 하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뿐이었다. 태형은 그 지독한 놈에게 루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루머는 대개 그랬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어떤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지껄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그럴 수도 있다.’는 대책 없는 가능성을 띤 의혹이었고 심심풀이로 지껄이는 한담이었다.


태형은 어마무시한 루머를 등에 업고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그때까지 뒤에서 수군거리는 정도로 그쳤던 아이들은 중 2병에 힘입어 태형을 본격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1학기가 끝날 때까지 처맞기만 했던 걸로 기억한다. 반격은 꿈에도 못 꿨다. 그저 여름방학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나뭇잎의 색이 짙어질 무렵, 극심한 성장통과 함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태형은 여름 내내 앓았다. 척추를 잡아 늘이고 무릎과 복사뼈가 산산조각 부서지는 것 같았던 유별난 성장통은 2학기의 시작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태형은 몇 달 새 키가 10cm나 컸다. 골격이 굵어졌다. 왕성한 식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푹 꺼졌던 뺨에 살이 오르고 제 3세계 아이마냥 빼짝 말랐던 몸에 근육이 붙자 그 전 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졌다. 태형은 달라진 아이들의 태도를 온 몸으로 체감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힘이 도는 몸이 신기했다. 이제 반격을 해 줄 때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는 처음에 열거한 대로다. 질 나쁜 아이들과 어울렸다. 사고를 치고 다녔다.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 중 하나를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 주었고 그러다가 일이 잘 못되어서 학교에서 쫓겨났다. 강제전학을 갔다. 학교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아빠와 아빠 애인 지갑에서 30만원을 훔쳐 도망치듯 가출을 해 상경했다. 서울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잘 살아냈다. 서울사람들은 태형이 살던 동네에 비하면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태형은 그 무심함이 마음에 들었다. 서울에는 등 처먹을 사람들이 넘쳐났다. 태형의 진심 없는 말들에 가랑이를 벌리는 기집애들이 열 두 트럭이나 됐다. 비록 세 명이서 같이 사는 집이었지만 나름의 보금자리도 있었다. 태형은 서울생활에 만족했다. 서울은 하는 알바마다 족족 짤리는 골치 아픔과 돈 갚으고 하는 독촉 카톡만 감수하면 되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아, 서울! 아이 서울 유!


태형은 그야말로 대충, 아무런 생각 없이 대강대강 살았다. 돈도 벌지 않았다. 돈이 필요하면 카톡에 저장된 수많은 하룻밤 인연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들은 너무 쉽게 태형을 믿었다. 백단위의 금액도 턱턱 내놓았다. 이 사람에게 돈을 빌려 저 사람에게 빚진 걸 갚는 카드깡식 생활을 이어가던 중, 채권자 한 명이 제안을 해왔다. 이태원에서 만났던 놈인데 이름은 기억 안 나고 모두가 그를 초록이라고 불렀다. 본명은 아닐 거다. 태형은 초록의 무리와 하룻밤을 어울려 놀고 초록으로부터 300만원을 빌렸다. 왠지 빌려줄 거 같아서 던져 본 떡밥을 덥썩 물었다. 빌린 돈은 그보다 전에 다른 이에게 빌렸던 돈을 갚는데 쓰였다. 초록은 태형에게 돈을 갚으라고 매일 같이 연락을 해왔다. 태형은 알았다고 입으로만 대답하고 말았다. 어느 날 초록이 말했다.


「야. 그러지 말고 너 내 방송 몇 번만 나와라. 내가 돈 갚은 걸로 칠게.」

「방송?」


태형은 그 때 처음 아프리카TV의 존재를 알았다. 초록이 그의 BJ 닉네임이라는 것, 진짜 이름은 손현웅이라는 것, 꽤 유명한 남캠이라는 것도 전부 다 그때 처음 알았다. 초록이는 야방 BJ였다. 야방은 야외 방송의 줄임말로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셀카봉을 들고 다니면서 여자게스트를 섭외해 술집으로 데려가는 게 주된 컨텐츠다.


「그거 맨날 하는 짓이잖아? 그걸로 방송을 해?」

「그래. 맨날 하는 짓 하면서 돈 버는 거야? 개쩔지?」


태형은 일단 빌린 돈을 퉁쳐준다는 말에 그러겠다고 했다. 초록이는 신이 나서 그날 바로 태형을 자신의 방송에 출연시켰다. 방제는…


★초대박 핵존잘 모쏠 연습생 게스트★


??? 태형은 모태 솔로도 아니고 연습생도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은 채무자의 입장이니 잠자코 채권자가 요구하는 대로 따랐다.


「제 친구 개잘생겼죠? 미쳤지? 생전 본 적 없는 와꾸지? 얘 원래 연습생하던 애야. 존나 노래랑 춤만 아는 애라고. 씹존잘인데 1급수! 어때? 왈왈!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태태, 뭐 좀 해봐. 저거 받으면 리액션 해야 돼. 윙크 해봐, 윙크. 얘가 이렇게 몰라요. 귀엽다고? 난리 났네. 태태 안 되겠다. 너 방송해야겠다.」


그날 초록이는 자신의 방송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별풍선을 받았다. 300만원을 갚고도 남을 금액이었다. 태형은 그 후로 며칠 초록이의 방송에 출연하며 그의 별풍선을 벌어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초록이의 도움을 받아 장비를 구입하고 자신만의 방송을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시작했지.”


태형이 몇 시간동안 주절주절 떠든 자신의 인생사를 마무리 했다. 채팅창은 난리가 나 있었다. 오늘은 BJ태태의 200일 기념방송이자 며칠 전 DC 인터넷 방송 갤러리에 올라온 [BJ태태의 실체]라는 글에 대한 해명 방송이었다.


태태의 동창이라고 주장하는 이는 태형의 10대 시절 악행을 인방갤에 낱낱이 싸질렀다. 이틀 동안 인방갤은 물론 이고 주요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었다. 그럴 만도했다. 태형은 아프리카에 혜성처럼 등장한 와꾸대장이었고 떠오르는 남캠이었다. 입담이 화려한 편은 아니었지만 얼굴이 존나 잘생겼고 존나 잘생겼으니까 당연히 존나 인기가 많았다. 더하여 환상적인 와꾸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꿈 하나만 바라보고 달리느라 여자 만날 새가 없었다는 판타지스러운 서사는 태형에게 신입BJ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청자수와 별풍선을 가져다주었다. 그랬던 태형이!


“거짓말 한 건 미안해. 초록이가 처음에 그렇게 소개해서 내가 말을 바꿀 수가 없었어요.”


다른 남캠들과 또이또이한 엠생이었다니. 다들 분연히 일어났다. 태형은 정면승부하기로 결심했다.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5분 전, 별풍선 개수가 9만개를 넘어갔다. 헐, 오늘 10만 찍겠는데? 채팅창에는 격려의 말들이 쏟아졌다.


BJ침침 별풍선 10,000개 선물!

sesese1212: 와

towg00: 헐 내조쩐다


“….”


[태태]미니: 태태 표정관리 못하넼ㅋㅋ

[태태]인아: 극혐한닼ㅋㅋㅋㅋ진짜다저건ㅋㅋㅋㅋ

BJ침침: 너 왜 내 카톡 안읽씹하냐???


채팅창에 ㅋ가 난무했다.


“좀 있다가 얘기해. 나 방송중이니까.”


BJ침침: 나도 시청자야ㅡㅡ 여러분 태태 즐겨찾기 추천 부탁드려요♥

[태태]미니: ㅋㅋㅋㅋㅋ불쌍해


지민이 채팅에 끼어든 순간 진지했던 분위기가 한없이 가벼워졌다. 태형은 일별도 없이 방송을 종료했다. 살짝 좋아졌던 기분이 지민 때문에 다시 시궁창에 처박혔다. 태형을 거칠게 머리를 헤집으면서 푸우- 한숨을 쉬었다.


태형이 지민과 처음 만난 건 3개월 전이다. 태형이 캠설정도 못하는 생초짜였을 때, 지민이 태형의 방송을 탐방 온 일이 계기가 됐다.


지민은 아프리카의 방송을 카테고리로 나눌 때 성소수자 탭에서 1위를 먹는 게이BJ이자 아프리카 파트너BJ다. 지민은 성소수자라는 특이성, 귀여운 얼굴, 유려한 입담, 흥미진진한 연애썰 등으로 코어팬층을 확실히 확보하고 있다. 방송만 켰다하면 시청자수가 기본 1만을 찍고 별풍선은 기본 3만, 많을 때는 10만, 최고는 20만까지 받아봤다. 다들 지민과 합방을 하고 싶어 난리였다. 지민은 쓰레기들은 걸러내고 제정신은 박혀있는 BJ들과 적당히 합방해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들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지민은 태형의 방에 입장하자마자 잘생긴 얼굴에 감탄했다. 서로의 팬들은 난리가 났다. 태태팬의 입장에선 파트너BJ가 행차를 해주셨으니 어떻게든 합방을 잡아 태형의 인지도를 높일 생각에 혈안이 되었던 거고, 침침팬의 입장에선 남친과 헤어져 부쩍 우울한 모습을 보이던 지민이 간만에 화색이 도니 이참에 기분전환을 시켜주려던 계산이었다. 집에서 BBQ 코코넛치킨 먹방 중이던 지민이 태형에게 합방을 제안했다. 둘의 원룸은 걸어서 20분, 차로 5분 거리였다. 태형은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얼떨결에 지민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둘은, 둘은…


[침침]미키: 씨바;;존나잘어울려;;


외적으로 완벽한 호게모이커플이었다. 태형의 화려하고 서늘한 미모와 지민의 순둥순둥 귀염성 있는 얼굴은 이 세상 모든 부녀자들이 오랫동안 학습해온 완벽한 공수의 비쥬얼이었다. 채팅창은 마치 빅뱅을 맞이한 것처럼 폭발적으로 리젠됐다. 별풍선이 시커먼 서울 밤하늘에 은하수를 수놓을 수 있을 만큼 와르르 쏟아졌다. 태형은 채팅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내용을 다 읽지도 못했다. 그래서


「저랑 결혼하실래요?」

「예? 저 남잔데요.」

「저도 남자예요.」

「아니, 우리 결혼했어요 말하는 건데…」

「….」

「….」


지민이 우결을 제안했을 때, 세상 멍청한 표정을 지어버리고 만다. 우결이 뭔지는 알고 있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제일 인기 있는 컨텐츠였다. BJ들끼리 합방을 하면서 가상 부부인척 하는 건데… 아프리카의 유명 BJ들은 하나같이 우결을 했다.


「…어떻게 아무 것도 모르나봐. 미쳐.」


지민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웃었다. 태형은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채팅 스크롤을 멈춰놓고 내용을 읽었다. 딱 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게이]. …게이? 게이이이이? 알 유 게이?! 태형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지민을 쳐다봤다. 지민이 양 손으로 볼을 감싸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역겨웠다.


태형은 게이라면 질색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걸 꼽으라면 게이가 1순위였다. 태형의 얼굴이 초단기 공법을 적용한 시멘트처럼 삽시간에 굳었다. 그 순간 지민은 태형이 게이를 싫어한다는 걸 눈치 채 버렸다. 보통의 남자들도 거부감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태형 같은 경우에는 호불호를 넘어 혐오라는 걸 알아채고 말았다. 채팅창은 태형이 내비친 거부반응으로 난장판이었다. 이 만화적인 상황이 재밌다는 의견이 주류였고 나머지는 예의가 아니다 또 나머지는 이해한다 등등 말들이 많았다. 다수의 팬들이 태형에게 우결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그래야 뜬다고 하는 말을 조언이랍시고 쳐댔다. 태형은 생각해 본다는 회피성 답변으로 방송을 마무리 했다. 방송이 끝나고 지민의 집에서 도망치듯 뛰쳐나오자마자 초록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ㅡ대박, 대박, 대박! 너 우결 꼭해!

「꺼져. 나 지금 존나 멘탈 갈렸어.」

ㅡ야. 이거 절호의 기회다.

「아, 안 해. 똥꼬충이랑 뭔 우결이야.」

ㅡ걔 유튜브 광고도 장난 아니게 붙어서 한 달에 천만 원을 버니마니 하는 애인 거 몰라?! 너 몇 달만 고생하면 한 번에 확 뜰 수 있어. 태형아, 성공해야지. 아마추어처럼 왜이래?

「….」

ㅡ다른 남캠들이 걔한테 얼마나 우결 하자고~ 하자고~ 졸라 댔는지 아냐? 너 진짜 와꾸 하나로 땡잡은 거야. 걔 질척거리는 타입도 아니고 방송은 약간 게이 혐오하는 그런 스탈? 그런 스탈로 웃음포인트 잡으면서 가면 너도 편할 거 같지 않아?

「혐오하는 스탈이 아니라 나 진짜 극혐해.」

ㅡ어! 그걸 보여주란 말이야! 그걸!

「….」

ㅡ트젠이랑 우결한 남캠알지? 그걸로 컨셉 잡아서 초대박 쳤잖아. 사람들은 약간 그런 거 좋아해. 찌통! 네가 걜 막 굴려주란 말이야! 막 보는 사람 가슴 찢어지게 해줘! 어차피 게이니까 여캠 굴리는 것만큼 욕 처먹진 않을 거고! 너도 노말 이미지 챙기고! 여자들한테 어필하고! 존나 남는 장사네! 마진 쩌네!

「그런가?」


귀 얇은 태형은 홀라당 넘어갔다. 그래서 지민의 우결 제안을 수락하고 만다. 초록이의 말대로 지민과 우결을 한 이후 태형의 인기는 배로 치솟았다. 그 점은 흡족했다. 근데 문제는 지민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첫 날부터 사건이 터졌다. 태형은 그래도 우결인 만큼 가상 남편의 역할을 어느 정도는 수행할 결심을 하고 나왔다. 그러나 만난 지 5분 만에 그 결심은 무너지고 만다. 지민은 작정한 듯이 태형에게 치댔다. 뭐? 질척거리지 않아? 만나자마자 팔짱을 끼고, 손등에 흘린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고, 실수인 척 오빠라 부르고, 태형의 성적 취향을 묻고… 태형은 점점 표정 관리가 안 되었다. 채팅창에는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와 노멀을 상대로 끼를 부리는 지민을 향한 욕설로 가득했다. 태형은 내도록 참을 인을 새기면서 방송을 했다. 시청자들도 태형이 개빡친 걸 알 수 있었다. 지민은 친해지려면 술을 먹어야 한다고 우격다짐했다. 태형은 도살장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되어 지민을 따랐다. 둘은 강남 큐브에서 술먹방을 했다. 태형은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게이와 좁은 방안에서 술을 마시려니 야마가 돌 지경이었다.


「오늘 따라 술이 달다. 달아. 잘생긴 사람이랑 마시니까 안주가 따로 필요 없네? 여러분도 아시죠? 앞에 누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 주량 달라지는 거. 이거 사이언스거든!」


지민이 태형에게 눕듯이 기댔다. 태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지민을 밀어냈다. 때마침 태형 쪽으로 얼굴을 드밀려던 지민은 태형의 팔꿈치에 뺨을 맞았다. 그 순간 별풍선이 천 개씩 터졌다. 정적이 흘렀다.


「…사람들이 왜 매 맞는 아내 증후군에 걸리는지 알겠어.」

「….」

「방금 되게 섹시-」


태형은 더 이상 들어 줄 수가 없어 벌떡 일어나 방을 나왔다. 화장실에서 줄담배를 피우고 다시 방에 돌아갔을 땐, 이미 방송을 종료한 지민이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연락드릴게요. 주말에 뭐 할지 고민해보고 월요일에 결정해서 수요일에 방송하는 거 괜찮으세요?」

「…네.」


지민은 단정하게 목례를 하고 사라졌다. 지민이 앉아있던 자리 바닥에는 지민이 몰래 버린 소주로 흥건했다. 태형은 기분이 이상해졌다. 방송… 이렇게 하는 거구나?















뭐 어떻게 해보려는 마음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지민은 솔직히 인정했다. 까놓고 태형의 얼굴을 보고 사심이 안 생기면 그게 사람인가? 부처지? 그런 맥락으로 우결 3개월 차에 들어간 요즘 지민은 생불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디야?”

ㅡ왜?

“왜는 뭐가 왜야. 7시 다 되어가잖아. 어디쯤이냐고.”

ㅡ아… 나 피방.

“뭐? 어, 어디 피방?”

ㅡ연남동.


지민은 황당함에 할 말을 잃었다. 오늘은 지민의 집들이 방송을 하기로 한 날이다. 이사 간 새 집을 처음 공개하는 중요한 날인만큼 인테리어며 집들이 음식을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태형에게 제발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집 주소를 카톡으로 찍어주고도 불안해서 그냥 택시비를 줄 테니 늦을 거 같으면 택시를 타고 오라고까지 했다. 근데, 근데!


“장난해? 오늘 7시까지 오랬잖아! 빨리 텨 와.”

ㅡ나 지금 상구형이랑 방송중이야. 못 갈 것 같은데.

“미쳤냐?!”

ㅡ잠깐만 끊어봐.

“야!”


헐? 진짜로 끊겼다. 지민은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길게 이어지던 통화음은 이내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다. 지민의 혈압이 수직상승했다. 지민은 거칠어지는 숨을 겨우 고르고 인방갤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제목 : 태태 지금 상구랑 옵치 6인팟 중인데

내용 : 오늘 집들이 펑크각?

전체 댓글 수 2

ㅇㅇㅇ 하루이틀이냐

dd ㅇㅇ


악!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지민은 분노의 방제를 쳤다.


[생] 태태 뚝배기 깨러 가는 길^^!!!


지민은 차에 올라타서 카메라를 세팅하고 방송을 켰다. 몇 분 만에 시청자수가 천 단위를 넘어섰다. 뭐 결과적으로는 잘 된 셈인데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지민은 이제껏 자신을 프로BJ라 생각해왔다. 지민의 기준에서 프로BJ란 방송내용과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분리 할 줄 아는 이들을 뜻했다. 특히 방송 중에 당하는 수모를 재미로 승화시킬 수 있는 이들, 그런 이들이 진정한 프로다! 라고 생각해왔다.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침침] 미키: 태태개너무행ㅠ침침갠차나?


아니? 전혀 괜찮지 않았다. 태형이 이런 식으로 자신을 엿 먹인 거, 원투데이가 아니었다. 우결을 시작한 이래 태형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지민을 굴려왔다. 지민은 태형이 어떤 놈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충동적으로 우결을 제안한 과거의 자신을 줘패고 싶었다. 지민은 겉으론 소탈한 인싸이더인 척하지만 사실 사람을 많이 가리는 예민충이다. 그래서 합방을 할 때도 상대방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스타일로 방송을 하는지 꼼꼼히 알아보고 결정하는 편이었다. 헌데, 그 때는, 그냥, 좀, 그랬다. 뭔가 엉망진창인 주였다. 구남친과 역대급으로 구질구질하게 깨졌다. 깨진 건 그렇다 쳐. 그 빌어먹을 놈이 자신과의 연애썰을 3시간짜리 방송으로 풀어 별풍선 10만개를 벌었다. 거기엔 잠자리 얘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은밀한 이야기가 불특정 다수에게 까발려지는 거, 늘 당해도 적응이 안 됐다. 맘 같아서는 며칠 도피성 해외여행이라도 갔다 오고 싶었다. 하지만 미리 잡아놓은 스케쥴을 캔슬할 수가 없었다. 채팅창에 노골적인 섹드립과 악플이 끝도 없이 올라왔다. 일일이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민의 멘탈은 너절해졌다. 도저히 방송을 할 의욕이 들지 않아 남캠 탐방으로 시간이나 때우자 하는 심정이었다. 지민이 태형을 발견한 건 그러니까 로또였지, 로또. 성괴별창남들이 먹어버린 아프리카 생태계에서 태형을 발견한 건 말이지… 태형의 실체를 알아버린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로또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바닥을 기고있던 기분이 통~ 튀어 올랐다. 지민은 충동적으로 태형에게 합방을 제안했다. 실물은 더 대박이었다. 캠빨이 1도 없었다. 오히려 이 대단한 미모를 조금이라도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캠 설정을 다시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저랑 결혼하실래요?」

「예? 저 남잔데요.」

「저도 남자예요.」

「아니, 우리 결혼했어요 말하는 건데…」

「….」

「….」

「…어떻게 아무 것도 모르나봐. 미쳐.」


태형이 호모포비아끼가 있는 건 곧 바로 알아챘다. 조금 아쉽긴 했으나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노말은 대부분 잠재적인 호모포비아다.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시청자 앞에서 제안한 것을 도로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기가 영 못하겠으면 거절하겠지, 뭐. 지민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심란한 건 태형이 우결을 승낙했을 때 더 심란했다.


첫 우결 당시 지민은 일부러 태형에게 치댔다. 소위 말하는 ‘게이짓’, 노말이 혐오하는 행동들만 쏙쏙 골라서 한 이유는 주작이 판치는 아프리카에서 태형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었다. 호모포비아인 태형과 달달한 장면을 연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이므로 지민은 현실적인 노선을 택했다. 성공을 위해 게이우결을 찍는 신입BJ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사심을 채우려는 파트너BJ라는 설정이 괜찮아 보였다. 실제로 맞기도 했고. 상황은 지민이 설계한대로 흘러갔다. 태형 역시 지민이 제안한 컨셉에 동의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민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 이런 걸 뜻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태형은 자신의 역할에 심취한 악역처럼 방송이고 일상이고 가리지 않고 지민에게 못 되게 굴었다. 게이 싫어한다는 거 알아, 잘 안다고! 방송 컨셉도 그렇게 잡았으니까 방송할 땐 어떤 좆같은 짓거리를 해도 불만 안 가져. 근데 일상에선 비즈니스 파트너 사이에 지켜야할 도리라는 게 있잖아? 태형은 도리는커녕 인의예지도 모르는 놈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방송시간을 어기는 건 기본이요, 중요한 스케쥴을 잡아놨을 때마다 잠수를 타서 지민이 잡으러 다녀야 했다. 여자BJ들이랑 닥치는 대로 합방하는 건 뭐라고 하기가 애매한 영역이니 그냥 넘어간다 해도 지민이 없는 데서 여캠들이 지민을 소재로 던지는 질 낮은 농담에 대꾸하는 건 진짜, 진짜 아니었다.


「오빠. 솔직히 침침오빠랑 라면 먹는 거 상상해본 적 있어?」

「도, 돌았냐?!」


라면을 먹는다는 말은 섹스를 뜻하는 아프리카의 은어이다.


「오빠 근데 그거 알지? 남자들이 라면을 그렇게 맛있게 끓인대. 한 번 맛보면 헤어 나 올 수가 없대. 오빠도 한 젓가락 고고?」

「생각 없으니까 입 싸물자.」


이것 뿐 만이 아니다. 신입 여캠의 우결 제안을 수락해 인방갤을 뒤집어놓질 않나, 방송 도와 달라기에 갔더니 이미 여자게스트를 불러놓고 사람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나, 상의도 않고 레즈커플BJ랑 합방 스케쥴을 잡질 않나! 태형은 상식 밖의 짓거리로 꼭지를 돌게 만들었다.


어쨌거나 인기는 좋았다. 어떤 이는 태형이 지민을 철벽 방어하는 게 웃기다고 별풍선을 쐈다. 어떤 이는 막 굴려지는 지민이 불쌍하다고 별풍선을 쐈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많은 이들이 태형이 가뭄에 콩 나듯 보여주는 다정한 태도, 그 태도를 보려고 별풍선을 쐈다. 그들의 리액션 주문은 주로 포옹이나 뽀뽀 심하게는 키스 같은 스킨십이었다. 태형은 대개 콧방귀도 안 뀌었지만 별풍선이 만개이상 터지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민과 스킨십을 하곤 했다.


“야!”


지민은 피씨방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태형이 왔어? 하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막 게임이 끝난 참이었는지 태형이 모니터에서 시선을 뗐다. 상구만 신이 났다. 상구는 당장 폰캠을 켜 지민과 태형을 생중계했다.


“안 그래도 지금 상구형이랑 가려고 했어. 우리 합방하자.”

“뭐?!”

“아냐, 아냐. 둘이 오붓하게 해.”


상구는 늘어나는 시청자수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면서 맘에도 없는 사양을 했다. 남의 사업장 영업을 방해하기 싫다는 지민의 말에 따라 셋은 일단 피씨방 밖으로 나왔다.


“진짜 매번 이럴래? 상황파악이 안 돼?”

“뭐가.”

“너 잘못했잖아. 펑크 날 뻔한 거 잡으러 왔더니 상의도 없이 뭐하는 짓거리냐고.”

“아, 그럼 가라 하냐? 같이 방송하고 있었는데?”

“그니까 애초에 왜! 오늘은 나랑 방송하는 날이잖아!”


지민과 태형은 한참 옥신각신했다. 지민이 별안간 상구를 휙 돌아봤다. 둘을 종종 뒤쫓으며 상황을 중계하던 상구는 지민의 살벌한 눈빛에 흠칫 놀랐다. 옆에 있던 태형이 손짓했다. 형, 오래요. 이번에도 지민이 졌나보다.


“너처럼 철없는 애 첨 본다. 방송시간은 시청자랑 약속이야.”

“일절만 해. 일절만.”

“나도 완창하는 거 싫어해! 노래방 가도 간주점프랑 마디점프 존나 한다고! 근데 네가 맨날 돌림노래 부르게 만들잖아!”


지민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내내 둘은 말다툼을 했다. 상구는 뒷좌석에서 그런 둘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저들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이 딱 바가지 긁는 아내와 속 썩이는 남편 그 자체였다. 한 편의 시트콤을 연출하고 있는 이 커플 덕에 상구방 시청자 수는 천장을 뚫었다.


지민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삼성동에 위치한 신축 오피스텔이었다. 신혼부부들이 많이 입주해있다는 설명을 덧붙이는 지민에게 상구는 너네도 신혼이지 않냐는 뻔한 드립을 쳤다. 둘은 상구의 말을 무시했다. 상구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지민이 떡 벌어지게 차려놓은 집들이 음식을 보고 감탄했다. 전부 지민이 손수 만든 거였다. 먹방이야 맨날 하는 일이지만 죄다 배달음식이라 오랜만에 이렇게 가정 백반을 한 상 차려 받으니 상구는 불청객임에도 불구하고 찡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채팅창을 보니까 이 음식들이 모두-


“헐. 태태가 좋아한다고 한 거 차린 거야?”


지민은 태형이 출현한 방송들을 죄다 다시보기하면서 태태가 좋아한다고 언급했던 음식들을 전부 차려놨다. 매운돼지갈비찜, 다시마부각, 갓김치, 오이소박이, 해물파전, 청경채, 도토리묵, 꼬막무침 등등… 태형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만 좋아해 며칠 전부터 신경 써서 준비한 거다. 그런데 고생이 무색하게도 태형은 처음에만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 흔한 고맙단 말도 없이 뚱하게 밥만 깨작이고 앉아있는 것이다. 애먼 놈만 신이 나서 젓가락질을 해댔다.


“맛없어?”

“존맛이야. 존맛. 와, 시집가야겠다. 너.”


태형 대신 상구가 입 안에 있는 음식물들을 튀기면서 따봉 표시를 했다. 채팅창에서는 태형의 태도를 놓고 지민이 너무 스토커같이 조사해서 기분 상한 거 아니냐는 궁예파티가 벌어졌다. 정말 그래서 그런가? 지민은 은근히 태형 눈치를 살폈다. 태형은 밥을 반공기도 못 비우고 담배를 피러갔다. 상구가 어줍잖게 지민을 위로했다. 지민은 됐다고 어깨를 토닥이는 손을 쳐내고 상을 치웠다.


와, 현타 온다. 지민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싱크대를 부여잡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얼마 전부터 생긴 증세다. 갱년기 여성마냥 속에서 울컥울컥 뭔가 솟구치는 거, 뜬금없이 열이 오르는 거, 가슴이 콱 막힌 듯 답답한 거… 모두가. 오랜만에 담배가 말렸다. 아까 프로BJ에 대해서 얘기했던가? 방송과 감정을 분리시키는 이들. 지민은 자신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태형에 한해서는 아니란 걸 요 근래 깨달았다. 그렇다. 지민은 태형에게 진심으로 상처받고 있었다. 사실 역할에 심취한 건 태형뿐만이 아니었다.


이후 태형은 입을 꾹 다물었다. 덩달아 지민도 말이 없어졌다. 상구는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둘 사이에서 쩔쩔맸다. 영 좋지 않은 분위기덕에 방송을 흐지부지 끝냈다. 지민은 집을 나서는 상구와 태형을 고민 많은 얼굴로 배웅하다가 결심을 한 듯 태형을 불러 세웠다.


“잠깐만 기다려 봐.”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고 있었다. 지민은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 냉장고에서 미리 싸둔 찬합을 꺼냈다. 태형에게 밑반찬을 챙겨 줄 요량으로 집들이 음식을 넉넉히 만들어 뒀다. 아까 태형이 반찬에는 손도 대지 않는 걸 봐서 그냥 주지말까 했지만 그러기엔 제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웠다. 지민은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 태형에게 찬합을 건넸다.


“뭐야?”

“아까 반찬. 많이 만들어서 싸둔 거야. 가져가.”

“….”

“입맛에 안 맞으면 같이 사는 형들 주던가.”

“됐어. 너 먹어.”

“그냥 가져가!”


지민은 발끈했다. 사람 성의를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나 같으면 일단 받아는 간다! 집에 가서 버리는 한이 있어도!


“형. 형이 가져가.”

“오바야.”


상구까지 난처해졌다. 지민은 태형의 손에 억지로 찬합 손잡이를 쥐어주려 했다. 태형이 지민의 손을 쳐냈다. 찬합이 지민의 손에서 달아나 바닥에 떨어졌다. 찬합 안에 소담스럽게 담겨있던 반찬들이 죄다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지민은 지저분한 꼴로 뒤엉킨 반찬들을 보면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태형도 당황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태형과 지민이 우두커니 서 있는 사이 상구가 어떻게 하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제가 치울게요.”


상구가 같이 치우자며 팔을 걷어붙였지만 지민이 만류했다. 가세요. 너도 가. 지민의 단호히 축객령을 내렸다. 상구는 사과도 않고 멀뚱히 서있는 태형을 수습해 데려갔다. 지민은 쏟아진 갓김치를 주워 담다 울컥하고 말았다. 습기가 차오르는 눈에 힘을 빡 줬다.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일어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도로 주저앉았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 아, 으… 쌀 것 같아.」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고.
















“좀 심하지 않았냐?”


손가락사이로 밤바람이 빠져나갔다. 태형은 택시 차창 바깥으로 내밀었던 손을 거두고 상구를 쳐다봤다.


“뭐가.”

“너 요즘 박지민한테 너무 심하게 대하지 않냐고.”

“….”

“그걸로 인기 얻은 건 안다만 뭐든 적당히 해야 한다. 적당히. 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해. 아까 채팅창 보니까 점점 보기 불편해진단 사람들 꽤 있더라. 원래 컨셉이 짠짠짠짠~단! 이었잖아. 요즘엔 왜 이렇게 짠내만 나? 너네둘이 뭔 일 있었어?”

“무슨 일이 있어. 걔랑 내가.”


상구는 강하게 부정하는 태형을 가재미눈으로 흘겨봤다.


“아냐. 너네 둘 사이에 뭔 일 있어. 확실해.”

“아, 맘대로 생각해.”

“예전만큼 만 해. 예전만큼만.”


우결을 막 시작했을 무렵, 지민과 태형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가히 신드롬이라 일컬어도 될 정도였다. 둘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투닥거리며 사람 애간장 다 태우는 밀당을 보여줬다. 특히 쌩노말인 태형이 지민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은 부녀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수많은 망붕들이 생겨났다. 망붕들은 지갑을 열어 별풍선을 아낌없이 퍼부어줬다. 가장 많은 별풍선을 벌어들인 건 도로주행 에피소드다. 늘 구박만 받던 지민이 태형에게 원 없이 갑질을 한 에피다. 태형은 생긴 건 신 새벽 음주상태로 광란의 질주를 즐길 것 같이 생겨선 실제로는 차선 바꿀 때마다 지쟈스를 외쳐대는 장롱면허였다. 지민은 조수석에 팔짱을 끼고 앉아 신나게 태형을 팼다. 비보호 좌회전이잖아! 깜빡이 안 켜냐! 과속방지턱에서는 속도 줄이라고! 태형은 움찔움찔 놀라면서도 으응으응 대답을 잘 했다. 태형의 쭈굴미 넘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고 어느새 어색함이 사라진 둘이 기특해 팬들은 그날 좀 무리를 했다. 그리고 앞 차가 급정차를 했을 때, 태형은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앞으로 쏠리는 지민의 상체를 팔로 막았다. 그 순간 별풍선이 20만개를 돌파했다. 채팅창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지민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건 태형이 앞 차의 뒤꽁무니에 갖다 박을 뻔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둘은 눈이 마주쳤다. 지민에게는 그 찰나의 시간이 영원같이 느껴졌다. 지민은 자신이 연출하고 있는 상황이 로맨스 영화로 친다면 사랑에 빠지는 장면일 거라 생각했다. 빠앙! 둘은 뒷 차의 클락션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당황한 태형이 기어도 안 바꾸고 악셀을 밟았다. 우웅우웅 차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지민은 오바스럽게 태형을 꾸짖었다. 그 뒤로 방송이 끝날 때까지 둘은 묘한 텐션을 유지했다. 그래, 그런 적도 있었다.


“…그냥 현타 온 거 같아.”

“현타?”

“언제까지 박지민이랑 소꿉놀이 할 순 없잖아.”

“그럼 더 잘 해야지. 어차피 한탕이야. 뭐가 맘에 안 들든 꾹 참고 불살라. 게이랑 부대끼는 거 참은 보람 있을 만큼은 벌어야하지 않겠어?”

“모르겠어.”


태형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난 지민이 괜찮던데?”


상구가 카톡을 치며 생각 없이 지껄인 말에 태형이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뭐?


“형도 게이야?!”

“아, 깜짝아.”


상구와 택시기사가 동시에 움찔했다.


“웬 개소리야? 갑자기?”

“방금 박지민 맘에 든다고 했잖아!”

“…넌 애가 왜 이렇게 극단적이냐? 그리고 내가 언제 맘에 든댔어? 괜찮댔지.”

“그게 그거지!”

“아니. 쟤랑 사귀어 볼 만하다의 괜찮다가 아니라! 그냥 보기에 거부감이 안 든다는 소리라고. 보통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게이이미지가 아니잖아. 지민인.”


일반적인 게이이미지는 뭔데? 여성스러운 제스츄어를 하는 거? 미성으로 말하는 거? 입을 가리고 웃는 거? 얌전하고 참한 거? 그런 거 말하는 거야? 형, 뭘 모르는구나.


“야,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너 우결 안 할 거면 지민이한테 나랑 할 생각 없냐고 물어봐주라. 우결 시즌 2! 똥차가고 벤츠 오다! 이런 컨셉으로 가면 화제성 쩔 거 같지 않아? 다른 애들 보니까 이혼하고, 지들끼리 돌려 붙어먹고, 재혼하고 지랄 난리부르스더라. 나도 이 판에 좀 껴주라. 재미 좀 보자. 요즘 계속 순위 떨어져서 미치겠어. 베스트BJ 반납해야할 판이야.”

“못 들은 걸로 한다.”

“짜식. 왜 아깝냐? 역시 남 주기엔 아깝지?”

“꺼져.”

“그럼 왜 말 못해줘? 말해줘.”

“형이 직접말해!”


태형의 노성에 상구는 들고 있던 폰을 떨궜다.


“왜 승질이야. 수상하다, 너?”


상구가 앞좌석 아래로 들어간 폰을 더듬더듬 찾으면서 태형을 떠봤다.


“너 혹시…”


태형은 혹시 뒤에 나올 말이 두려웠다.


“혹시 걔한테 혹한 거 아니지?”

“뭐, 뭐? 미쳤어?”

“야. 진짜 에바. 태형아. 안 된다, 그건. 걔 대한민국에서 홍석천 다음으로 유명한 게이인 거 알잖아. 너 조금이라도 진심 섞이는 순간 전국민한테 아우팅 당하는 거야. 한 번 실수에 혼삿길 막히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싶어? 너 인생 좆 돼. 개 망하는 거라고. 정신 똑바로 차려.”

“혹하긴 누가 혹해!”

“아닐 거란 거 알지만 진짜 행여 그런 일 생기면 무조건 관둬라. 알았지? 이거 우결이 이래서 무서워. 우결 하는 애들 다 이러더라. 어휴~ 하다하다 멀쩡한 놈까지 게이로 만드네.”


택시가 태형의 집 앞에 도착했다. 태형은 인사도 않고 내렸다. 택시가 골목에서 사라지자마자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태형의 호흡이 불안정했다. 사지가 경련했다. 태형은 극한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공포가 태형을 공황상태로 몰고 갔다. 오랫동안 잠잠했던 발작이 다시 시작됐다. 눈앞에 엄마의 마지막 얼굴이 아른거렸다. 혀를 쭉 뺀 채 옷걸이에 매달려있던 그녀, 그녀가 죽은 눈을 부릅떠 태형을 노려봤다.


기어코, 네가 기어코…


아냐! 엄마! 아니야!


아빠를 닮아가는 구나.















「아빠. 아빠는 남자를 좋아하지?」

「…태형아.」

「엄마가 아빠는 남자를 좋아한대. 근데 남자는 남자를 좋아하면 안 된대. 남자를 좋아하면 머리가 이렇게 빙글빙글 돌고 이상한 병에 걸린대. 옛날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면 돌에 맞아 죽었대.」

「….」

「그러니까 아빠 이제부터 남자 좋아하지 마.」

「….」

「엄마를 좋아해. 응?」


그때 아빠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태형의 기억은 주로 그랬다. 아빠보다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선명했다. 엄마가 등장하는 기억들은 하나같이 강렬하다. 잊으려고 해도 잊혀 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를테면 어린 태형의 목덜미를 콱 부여잡고 남자와 모텔로 들어가는 아빠를 가리키며 속삭이는 목소리 같은 것.


「태형아. 저거 봐. 아빠는 이제부터 저 남자랑 발가벗고 잠을 잘 거야. 너랑 엄마를 버려두고 저 남자랑 사랑을 하러 가는 거야. 태형아. 네 아빠는 미쳤어. 아빠는 병에 걸렸어.」

「엄마아….」

「울지 말고 똑바로 봐! 내가! 어? 엄마가! 지금! 누구 때문에,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된 줄 알아?! 저 변태새끼들 때문이야!」

「으아아앙! 나 갈래!」

「김태형!」


엄마는 아빠가 태형에게 영향을 미치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다. 태형이 아빠를 닮아가는 걸 못 견뎌했다. 그녀의 증오가 무색하게도 태형은 아빠와 판박이로 자라났다. 그녀는 남편에게 풀지 못하는 화를 남편을 닮은 아들에게 분출했다. 회초리를 드는 날이 잦아졌다. 그녀의 체벌에는 명분이 없었다. 회초리가 부러졌을 땐 여지없이 손바닥이 날아왔다. 태형이 따귀를 맞고도 울지 않을 만큼 자라자 주먹질과 발길질이 가해졌다.


「죽어! 죽어! 이 호모새끼들아!」


엄마는 술만 마시면 태형을 앞장세워 아빠의 새 살림집으로 갔다. 복도식 아파트라 엄마가 한번 난장을 피우면 사람들이 다 달려 나와 한 마디씩 욕을 더했다. 아빠는 엄마를 진정시키려고 쩔쩔맸다. 차라리 들어와서 얘기하라고, 오밤중에 이게 무슨 짓이냐고 엄마를 설득했다. 엄마의 목적은 아빠 집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아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거였다. 엄마는 바닥에 드러눕고, 노상방뇨를 하고, 죽는다고 난리를 쳤다. 태형은 그 옆에 서서 내내 울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꼴로 눈물을 짜내는 태형을 달래준 이는 아빠도 엄마도 아니었다.


「태형아. 들어와. 들어와 있어. 내일 학교 가야하잖아.」

「가지마!」


엄마가 달려들면 아빠의 새 애인이 나와 태형을 등 뒤로 숨겼다.


「애는 무슨 죄에요! 엄마란 사람이! 애한테 이게 할 짓이에요?」


새 애인은 20대 후반 청년이었다. 아빠와는 열두 살이나 차이가 났다. 새 애인은 우는 태형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먹는 걸 지켜봤다. 양치질과 세수도 시켜줬다. 그런 보살핌은 처음이었다. 청년은 아이가 열 살쯤 되면 제 스스로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태형을 침대에 눕히고 손바닥으로 가슴을 도닥여줬다. 태형은 자는 척을 하지 않았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아빠의 애인을 올려다봤다.


「너 진짜 아빠랑 똑같이 생겼다.」


청년은 감탄을 하면서 웃었다. 눈이 다 없어질 정도로 활짝. 바깥에서는 엄마가 울부짖고 있는데 말이다. 현관문 너머로 죽어! 이 호모새끼들아! 하는 레퍼토리가 들렸다.


「저도 형이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왜 우리 가족을 괴롭혀요?」

「너네 엄마는 왜 날 괴롭혀?」

「….」

「내가 남자라서?」


아빠가 새 애인을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이미 2년 전에 이혼을 했기 때문이다. 둘 다 서로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청년은 그 후로도 계속 태형을 챙겼다. 태형은 태어나 그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보살핌을 청년으로부터 받았다. 특히 엄마가 수감되었을 때, 청년은 아예 태형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오히려 태형을 탐탁지 않아 했던 건 아빠다. 청년은 서툴게나마 태형에게 부모노릇을 해주었다. 거창한 건 아니었다. 삼시세끼를 챙겨주고, 알림장을 봐주고, 숙제를 도와주고,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데리러 와주는 것. 그런 것들을 생색내지 않고 해주었다. 태형은 좋으면서도 혼란스러웠다. 엄마,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미친놈이잖아.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근데, 근데 왜 형은?


엄마는 출소를 한 날부터 매일같이 술독에 빠져 살았다. 또 지옥이 시작 되었다. 집안의 집기를 때려 부수는 엄마가 싫었다. 잠을 못 자게 괴롭히는 엄마가 미웠다. 형이 보고 싶었다. 형이 이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줬으면 했다.


「아빠가 왜 엄마를 안 좋아했는지 알겠어. 나도 엄마가 싫어.」


태형은 도망쳤다. 도망쳐서 엄마가 주지 않은 것을 주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다음 날, 자신의 방 안에서 자살한 엄마를 발견했다. 엄마는 죽음으로써 태형에게 무언가를 경고했다. 자신이 목숨까지 버려가면서까지 태형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려했다. 그건, 그건 사실…


태형아. 아빠를 닮지 마.


저주에 가까웠다.


「쟤야, 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호모가정의 자식이라고 파다하게 소문이 났다. 엄마가 난장을 피우면 고개를 드밀고 욕을 더하던 무리 중 한 명의 자식이었다. 가만있어도 수십 쌍의 눈알이 따라붙었다. 별 의미 없는 행동에 온갖 구린 추측들이 난무했다.


「쟤는 엄마가 남자야.」

「저 집은 남자끼리 그 짓을 한 대.」

「김태형도 그 짓에 끼려고 데려온 거라는데?」

「헉, 그럼 아빠랑 그러는 거야?」

「어. 아빠랑도 하고, 엄마랑도 하고. 셋이서 같이도…」

「야. 니들. 조용히 해.」


태형은 뒤를 돌아 아이들이 입을 막은 존재를 쳐다봤다. 반장이었다. 반장은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태형을 괴롭히는 걸 막아줬다. 딱히 태형을 신경써서라기보다는 교실의 질서가 흐트러지는 게 싫었던 거 같다. 중 2때 담임선생님은 초임교사여서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다툼이나 패거리끼리의 기 싸움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녀의 짜증과 훈계를 받아줘야 하는 이가 반장이었기 때문에 태형 주변에 적당히 접근금지 푯말을 세워줬던 것 같다. 하교 길이나 점심시간에는 영락없는 샌드백 신세였지만 교실에 있으면 아무도 태형을 괴롭히지 않았다. 학교 안에서 최초로 안전지대가 생긴 셈이었다. 태형은 마음속으로 반장에게 늘 고마워했다. 그리고 그 고마움은 곧 첫 사랑으로 바뀌고 말았다. 반장과 사적인 대화를 한 적은 없었다. 실은 태형이 반장에게 먼저 말을 건 적이 없었다. 대화는 반장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찾으셔, 이거 다음 주 수요일까지 내야해, 태형아 너 장애물 달리기에 넣었어. 태형아, 태형아. 그저 이름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그게 왜 그리도 감격스러웠을까? 마음은 왜 그렇게 부풀었을까? 태형은 반장을 쫓는 눈동자를 제어할 수 없었다. 다가오면 붉어지는 얼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또 소문이 퍼졌다. 김태형이 반장을 좋아한다는 소문. 반장은 그 소문을 다 듣고도 태형을 똑같이 대해주었다.


「야. 이 개새끼야. 너 진짜 눈에 뵈는 게 없지?」

「너 반장 생각하면서 딸딸이 치지?」

「아, 씨발. 드러워.」


여름방학식 날이었다. 태형을 괴롭히던 무리는 날이라도 잡은 듯 태형을 죽사발로 만들어 놨다. 발길질이 날아들기 직전에 반장이 등장했다. 반장 너머에 담임선생님이 얼핏 어른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반장이 아이들을 쫓아냈다. 그리고 태형을 내려다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반장이 등을 돌렸다. 태형은 저도 모르게 반장의 손을 잡아챘다. 그러자 반장이 말했다.


「꺼져.」


한 번도, 단 한 번도 비속어를 입에 올린 적이 없는 반장이다. 중학교 아이들이 으레 사용하는 질 낮은 유행어도 내뱉어 본 적이 없는 단정한 반장. 반장은 자기가 한 말에 자기가 더 놀란 것 같았다. 태형은 저도 모르게 반장의 손을 콱 틀어잡았다. 반장의 이마가 구겨졌다.


「미안. 근데 손 좀 놔주라. 오해받기 싫어.」


엄마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태형에게 남자를 좋아하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태형은 그 가르침을 거스를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러니까 태형은 지민에게 끌린 적이 없다. 지민과 잘 생각이 결코 없었다. 키스도 사고였다. 이 정도의 항변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태형은 노멀이다. 노멀이어야만 한다.


사건이 일어난 건 한달 전이다. 어떤 엄청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방송 때문에 시작한 술자리가 방송을 끄고 나서도 계속 되었다. 태형이 지민에게 어떻게 방송을 할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정확히는 왜 전 국민한테 게이인 걸 알릴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태형이 늘 궁금해 하던 거였다.


「신입생 때 아우팅을 당했어. 선배를 좋아했어. 그 선배도 날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고백 거든. 말로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서 카톡으로. 찌질하지? 암튼 그래서 썸 비슷한 걸 타게 됐는데 그러다가 잤어. 근데 그 있지. 한 번 자면 둘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는 거. 그게 다른 사람 눈에도 보였나봐. 특히 내가 좋아하는 티를 엄청 냈나봐. 선배 동기들이 넌지시 물어봤대. 지민이가 너 그렇게 보는 거 아니냐고. 그 선배는 당황했을 거야. 당황했겠지. 아니라고, 자긴 아니라고 하면서, 허둥지둥 해명하다보니까 내가 보낸 카톡까지 보여주고 말았나봐. 그 뒤로 딱 1년 버틴 거 같다. 괴롭혔냐고? 그걸 괴롭힘으로 표현해야하나? 모르겠어. 고등교육을 받은 성인들이니까 성정체성을 존중해야한다는 자각정도는 있었던 것 같아. 겉으로 드러나는 혐오는 없었지만 뭔가 달라진 시선 같은 거, 그런 게 심각하게 와 닿았어. 내 위에 한 꺼풀 겹이 씌워진 느낌. 그게 견디기 힘들어서 자퇴했고. 자퇴를 하고 나서야 대한민국에서 게이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았어. 너 레밍이라고 알아? 응. 쥐의 한 종류인데 얘들은 어떤 시기가 오면 떼를 지어서 절벽으로 달려가 집단자살을 한 대. 이유는 몰라. 아직 아무도 못 밝혀냈대. 근데 나는 왠지 알 거 같았어. 앞에 절벽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대열을 따라 우르르 달려가는 쥐 떼들. 내 인생에서도 여러 번 그런 쥐떼들을 봤거든. 사실 나도 걔네 사이에 섞여있었거든. 그 대열을 빠져나와보기로 결심 한 거야. 다들 이상하게 보겠지. 쟤는 뭐냐고 왜 저렇게 혼자 튀어나와있냐고 주목하겠지. 그 정도는 감당 할 수 있었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태형은 지민이 용감하다고 생각하면서 지민에게 키스를 했다. 입술이 떨어지고 눈을 동그랗게 뜬 지민이 태형을 쳐다봤다. 눈빛에 수많은 질문들이 담겨있었다. 태형도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인 건지 혼란스러웠다. 태형이 고개를 저으면서 사과를 하려 했을 때, 지민이 다시 입술을 부딪쳤다. 둘은 오래도록 키스했다. 그리고 술집을 나와서 모텔로 향했다.


「아…」


팽팽하게 당겨지는 근육의 움직임이 적나라했다. 말랑하고 푹신한 여자의 몸과는 다른 긴장감. 가만있어도 침이 고였다. 아래는 지민과 입술을 부딪친 이래로 계속 통제 불능이다. 지민의 안으로 빨려 들어 갈 때는 뇌의 어느 한 부분이 푹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퓨즈가 완전히 나가버렸다. 태형은 지민의 귓바퀴를 깨물면서 허리를 흔들였다. 지민은 울먹울먹 태형의 이름을 불렀다.


「태, 태, 태형, 아, 아!」

「아, 아, 으… 쌀 것 같아.」


퓨즈가 나가버렸다고 했던가? 틀린 표현이다. 스위치가 탁 켜졌다. 태어나서 한 번도 켜본 적 없는 스위치가 올라가면서 번쩍 불이 들어왔다. 찰나에 시야가 확장되었다. 어둠에 가려 의뭉스럽게만 보이던 것들이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태형은 밤새 지민과 몸을 섞었다. 사정을 할 때마다 태형의 좁은 세계가 팽창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유로웠다.


정신을 잃듯이 잠에 들었다가 다시 깼을 땐, 지민의 판판한 가슴팍이 제일 먼저 보였다. 술기운과 흥분이 사라진 자리에 싸늘하게 식은 현실감각만 남아 태형의 몸을 짓눌렀다. 지민의 등 뒤로 엄마의 환상이 보였다. 태형아,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이 남자애랑 뭘 한 거야?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잊어버렸어? 엄마가 왜 죽었는지 그새 까먹었니? 더하여 반 아이들과 반장의 목소리도 들렸다. 꺼져. 호모새끼야. 죽어버려. 더러워. 쳐다보지 마. 태형은 한동안 끙끙 앓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태형은 혼자 모텔을 빠져나왔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프리카에서 파트너BJ 합동방송을 주최했다. 태형은 파트너BJ가 아니지만 지민의 우결 파트너로서 행사에 참여했다. 대개가 우결을 진행하고 있는 BJ들이라 다 둘둘씩 짝을 지어 나왔다. 태형은 집들이 이후 지민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시시콜콜한 일상들을 대화방에 올리던 지민도 그 날 이후 카톡이 뚝 끊겼다. 태형은 자신이 비겁한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으나 지민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대화를 하다보면 ‘그 날’의 일까지 도마 위로 올려야 할 것 같아 무서웠다.


지민은 아까부터 핑거푸드만 연거푸 씹는 중이었다. 옆에 선 태형은 지민을 상대하지 않기로 작정이라도 한 건지 눈인사를 끝으로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구남친놈이 알짱거리는 것도 짜증이 났고, 어제 저녁 자기랑 우결할 생각 없냐며 카톡을 보낸 상구가 이쪽을 흘끔거리는 것도 신경 쓰였다. 제안은 당연히 거절했다. 상구는 태형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일까? 우결 안 하겠다고? 그러니까 형 가지라고? 상상은 안 좋은 쪽으로만 뻗어갔다. 설상가상으로 카메라는 집요하게 지민과 지민을 둘러싼 관계들을 주목하고 있었다. 지민은 평소 같으면 얼씨구나 받아먹었을 관심이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어디 안 좋아?”


구남친이 말을 걸었을 때,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생수를 뿜을 뻔했다. 존나 뻔뻔도 하다. 무슨 낯짝으로 아는 척을 해? 사실 의도야 뻔했다. 어떻게든 병크를 만들어 보려는 수작.


“미쳤냐? 꺼져.”

“표정이 안 좋길래 걱정돼서 와봤더니 승질머리하곤.”


구남친이 지민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툭쳤다. 지민은 열이 뻗쳤지만 엮여봐야 좋을 것 없단 생각에 이를 악물고 복화술을 했다.


“진짜 꺼져라. 뒤지기 싫으면.”

“야. 이거 봐봐. 우리 저번에 스카이다이빙한 거 동영상 보내줬는데-”


구남친이 지민의 어깨를 감싸며 핸드폰 액정을 드밀었다. 지민은 치우라며 손을 쳐내려 했다. 근데 지민보다 좀 더 빠른 이가 있었다. 태형이었다. 태형이 지민을 자신 쪽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 지민은 주춤 넘어질 뻔하다가 겨우 균형을 잡았다. 태형이 지민의 팔꿈치를 부술 듯이 꽉 잡고 있었다.


“….”, “….”, “….”


구남친과 지민이 태형을 쳐다봤다. 태형은 제가 한 행동에 스스로 당황한 것 같았다.


“할 얘기 있어.”

“어?”


태형은 지민을 무작정 끌고 나왔다. 곧 프리뷰쇼가 끝나고 본 행사가 시작할 터였다. 지민은 사람이 없는 비상계단에서 얼얼한 기분으로 태형과 마주보고 섰다.


“왜?”

“….”


태형은 할 말이 없었다. 충동적으로 지민을 끌고 나온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질 않았다.


“할 말 있다며.”

“….”

“….”

“너 상구형이랑 우결할래?”

“…뭐?”


지민은 자신의 나쁜 상상이 현실이었음을 확인했다. 그래,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근데 적어도 이런 식은 아닐 줄 알았어. 네가 이렇게 저질은 아닐 줄 알았다고. 지민의 삶에도 몇 번 있었다. 남자와의 섹스를 궁금해 하는 남자들. 구남친도 그런 쓰레기 중 한명이었다. 지민은 그런 놈들에게 여러 번 데였다. 태형은, 태형은 아닐 줄 알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깊은 눈동자와 이름을 부를 때 떨리는 목소리 끝이 그들과 태형을 구분 짓게 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김태형.”


지민은 태형의 본명을 불렀다. 태형은 지민의 입에서 튀어나온 진짜 이름이 낯설었다.


“우결 그만하자. 그 소리가 듣고 싶은 거지?”

“…야. 그게 아니고-”

“알겠어. 그만하자. 근데 상구형이랑은 우결 할 생각 없어. 혹시 그 형이 물으면 그렇게 대답해. 난 상대 안 할 거니까. 오늘 방송은 똑바로 하고.”

“잠깐만!”


태형이 밖으로 나가려는 지민의 손목을 붙들었다. 지민은 재빨리 태형의 손을 털어냈다. 시선이 얽혔다. 태형은 물기로 반짝거리는 지민의 눈을 보고 지민이 상처받았음을 깨달았다. 아…. 지민은 태형이 잡을 새도 없이 밖으로 나갔다.


태형은 계속 넋을 놓고 있었다. 경품이 걸린 커플 게임을 할 때도, 장기자랑을 할 때도, 상식 퀴즈를 할 때도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고군분투하는 것은 지민뿐이었다. 지민은 태형이 이해가질 않았다. 똥을 투척한 건 자기면서 도대체 왜 저렇게 지가 고장난 것처럼 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신경을 끄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였다. 속이 체한 것처럼 답답했다.


행사 막바지에 어버이날을 기념한 카네이션 꽃바구니 만들기 코너가 있었다. 플로리스트BJ의 가이드에 따라 각 테이블이 놓인 재료로 꽃꽂이를 하는 컨텐츠였다. 지민은 커밍아웃을 한 것치고 부모님과 사이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한 때는 전쟁처럼 싸우기도 했으나 이제는 부모님이 어느 정도 포기하셨다. 명절 땐 다른 가족들 보는 눈 때문에 찾아뵙지 못하지만 크리스마스, 생일, 어버이날은 꼭꼭 챙기는 편이다. 지민은 열심히 꽃바구니를 만들었다. 쉬울 줄 알았던 꽃꽂이는 지민 마음먹은 대로 모양이 나와 주지 않았다. 지민은 휘이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테이블도 사정은 비슷해보였다. 너저분하고 씩씩해 보이는 꽃바구니들이 대다수였다.


지민은 무심코 옆을 봤다가 감탄했다. 태형의 꽃바구니가 꽤나 그럴싸했다. 플로리스트BJ가 돌아다니면서 모양을 잡아주다가 태형의 자리에 이르러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태형은 카네이션 한 송이를 들고 얼어버렸다. 보아하니 별 생각 없이 툭툭 꼽은 거 같은데 주목을 받으니까 무슨 일인가 싶었나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썰물처럼 빠지고 태형은 자신이 만든 꽃바구니를 내려다봤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카드에 적힌 [부모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 그 어느 것도 태형의 인생과는 연관이 없었다. 태형은 손에 들린 카네이션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지민은 초 단위로 어두워지는 태형의 표정을 흘끔흘끔 훔쳐봤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지민은 태형이 꽃바구니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것을 보았다. 태형의 해명방송이 생각났다. 엄마아빠가 이혼해서 아빠와 살았는데 사이가 좋지 않아 속을 썩였다던, 그래서 많이 후회하고 있다던 그 방송. 눈치 빠른 지민은 태형의 가족사에 더 심오한 것이 도사리고 있는 걸 감으로 알아챘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녹화장에 남아 태형이 버린 꽃바구니를 쓰레기통에서 끄집어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일이 터졌다.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태형은 쉴 새 없이 진동하는 폰을 무시한 채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다. 모니터에는 인방갤을 필두로 각종 커뮤니티의 창이 수십 개 띄워져있다. 게시물들은 하나같이 동일한 사진들을 첨부하고 있다. 문제의 ‘그 날’, 태형과 지민이 모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찍은 사진. 것도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 모텔로 들어가기만 한 게 아니라 흥분을 참지 못한 둘이 좁은 골목에서 입술을 부비는 적나라한 사진까지 포함이었다. 태형은 사람들의 반응을 볼 엄두조차 못 냈다. 새벽에 당장 인방갤을 가보라는 전화를 받고 일어나 오후까지 줄곧 이 상태였다. 지인들로부터 수십 통의 전화와 수백 개의 카톡이 오고 있었다.


결국 상구가 집으로 찾아왔다. 나사 빠진 태형 대신에 동거인이 문을 열어줬다. 상구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태형의 멱살을 짤짤 흔들었다. 태형은 동공이 풀린 눈으로 상구를 올려다봤다. 상구는 그제야 태형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야. 정신차려봐 좀!”

“형, 나 어떻게 해?”


태형은 패닉이었다.


“뭘 어떻게 해! 무조건 아니라고 해야지!”

“…?”

“박지민이 선수 치기 전에 먼저 해명방송 해야 해. 대충 눈꼽만 떼고 와. 방 개설할게.”

“…형.”

“너 씨발 맘 단단히 먹어. 괜히 여기서 맘 약해져서 걔한테 호구 잡혔다간 진짜 좆 되는거야.”

“….”

“넌 취했고 걔가 달려든 거야. 모텔까지 가긴했는데 끝까진 안했다고 해. 걔가 옷 벗고 달려들어서 주먹으로 때려눕혔다고 그래서 최근에 사이가 안 좋았던 거라고 하면 되겠다. 방송할 때마다 거북했다고 말해. 뭔 소린지 알겠지? 나도 옆에서 도와줄게. 박지민이 원래 너 호시탐탐 노리고 나한테도 작업할라했다고 해줄게.”


태형은 상구의 박력에 떠밀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구가 방송 세팅을 하는 동안 태형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왔다. 찬물을 끼얹었는데도 몽롱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태형이 방문을 열기직전 방 안에서 상구가 지인과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 존나 대박이지? 그렇다니까? 오늘 신기록 세우는 거 아니냐? 내 말대로 하겠대. 진짜 잤는지 알 게 뭐야. 어. 걔랑 어울릴 때 이 꼴 날 줄 알았지. 씨발. 암튼 기대된다. 야, 끊어. 어, 어… 애들한테 오픈챗방에 좌표 공유하라고 말해두고. 어.”


태형은 문고리를 잡고 망설였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게 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태형의 안에서 두 개의 자아가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했다. 상구의 말 대로해서 혼자 살 것인가, 지민에게 연락을 해서 대책을 세울 것인가. 무엇이 옳은 일인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근데……………어쩌라고?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어?

또 그 좆같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살라고?

내가…

내가 왜 그래야해?

내가 왜?

어?

말해봐.

이 씨발새끼들아.

내가 왜 그래야하냐고.


철컥


태형은 문고리를 돌렸다.


“시작하자.”


비열한 쥐새끼가 태형을 향해 탐욕스럽게 웃었다.















해명방송은 성공적이었다. 모든 화살이 동성성폭행 미수범으로 낙인찍힌 지민을 향해 돌아갔다. 지민은 굶주린 사자무리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얼굴 없는 맹수들은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에서, 인방갤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지민을 물어뜯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었다. RT, 좋아요, 추천만이 그들의 관심사였다. 그들이 지껄이는 잔뜩 멋부린 말들은 하나 같이 공허했다.


태형은 달려가는 쥐떼 중 한 마리에게 물었다.


이 끝엔 뭐가 있니?

몰라.

근데 왜 따라가는 거야?

그냥!


무수한 쥐떼들이 태형을 돌아봤다. 대체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눈으로.


재밌잖아.















지민은 어떤 해명도 없이 아프리카를 탈퇴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태형은 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생각이 있어 그런 건 아니고 지민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리는 중에 취기에 힘입어 생각 없이 손가락을 놀렸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3시, 지민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번이 어려웠지 그 다음은 쉬웠다. 왜, 왜 전화를 안 받아?! 태형은 계속 통화버튼을 눌렀다. 통화를 받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태형은 집착적이어졌다. 계속 미끄러지는 손가락으로 카톡을 잔뜩 보냈다. 지민은 답이 없었다.


“아! 이런 씨바!”


태형은 다음날 일어나서 머리를 벽에 박았다. 미친놈아, 뭔 짓거리를 한 거냐? 넌 염치란 게 없냐? 박지민 옆에 발신통화 수가 56개였다. 카톡 스크롤이 끝도 없었다. 지민은 카톡을 확인하고도 답을 하지 않았다. 쪽팔림에 사경을 헤매던 태형이 겨우 정신을 차렸다. 진짜 이렇게 끝인 건가. 다 끝이 난 건가? 제가 파토 낸 판인 거 안다. 아는데… 아, 아….


전화 하지 말자. 다짐에 다짐을 했건만 태형 그 뒤로도 가끔 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로 술을 마셨을 때 손가락은 용감해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담배를 하나 피면서 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민의 컬러링은 Love yourself다. 하도 많이 들어서 영어와 연이 없는 태형이 가사를 다 외워버렸을 정도다. 일전에 지민이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꽤 잘 불렀던 것 같-


ㅡ여보세요?

“…!”


받을 줄 몰랐다. 태형은 들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렸다.


“저기!”


태형은 지민이 전화 끊을까 급하게 입을 열었다.


ㅡ김태형.


지민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코맹맹이 소리가 섞여있었다. 꼭 한참 운 사람처럼. 태형은 발밑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나, 나 때문인가? 나 때문이야. 나 때문 일거야.


“무슨 일이야?”

ㅡ태형아.

“너 울어?”

ㅡ내가 지금 카톡으로 주소 찍어 줄 테니까 택시타고 여기로 와. 운전하지 말고 꼭 택시 타야 해.

“갈게. 주소 보내.”


태형은 급하게 벗어둔 자켓을 집어 들었다. 어딜 가냐며 묻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룸에서 나왔다. 기다렸다는 듯 클럽음악이 고막을 때렸다.


“야. 왜 그래? 어?”

ㅡ태형아.


태형은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라 밖으로 나왔다. 귓전을 때리던 음악이 물러나자 지민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ㅡ너네 아버지가 위독하셔.


극적일 정도로 선명하게.














지민이 찍어준 주소는 서산에 위치한 요양병원이었다. 병실에 들어서면서도 태형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하나도 안됐다. 모든 게 자주 꾸는 악몽의 연장 같았다.


아빠가 췌장암 말기란다. 췌장암이라니…. 드라마에서나 듣던 병명이다. 두 달 전쯤에 발견했고 다른 장기로도 전이가 된 상태라 수술불가 판정을 받았단다. 그래서 퇴원을 하고 최소한의 항암치료와 민간요법을 병행하는 요양병원에 재입원했다고… 그런 현실성 없는 말을 지껄였다. 태형더러, 믿으라고, 이게, 현실이라고.


지민은 울어서 불어터진 얼굴로 태형을 맞아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어쩌다 여길 오게 됐어. 물어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지민의 옆에는 아빠의 애인이 헬쓱한 낯을 하고 서 있었다. 그리고 아빠. 마누라랑 자식 다 버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산 아빠. 그래놓고 왜 속병에 걸려? 지금 속이 다 썩어 문드러진 사람이 누군데? 왜 당신이 이러고 있어? 어? 태형은 무너져 내렸다. 죽지 말라고 나만 두고 죽지 말라고. 왜 자꾸 자신을 버리는 것이냐며 오열했다. 나중에는 듣지도 못하는 아빠에게 잘못했다고 싹싹 빌기까지 했다. 지민은 입을 틀어막고 울었다. 태형이 도착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아빠의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태형은 발인을 하고나서야 눈물을 그쳤다. 영 맥을 못 추는 태형을 대신해 지민과 아빠의 애인이 장례절차를 도맡았다. 아빠의 애인은 아빠와의 관계를 묻는 조문객들에게 먼 친척이란 말로 에둘러 말하고 뒤돌아 눈물을 훔쳤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장례식에서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이의 심정을 헤아릴 수 없었다. 태형은 그 애처로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손을 돕던 지민이 슬쩍 빠져나와 아빠 애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는 지민에게 연신 고맙다고 했다. 네가 해준 모든 일들에 감사한다고. 지민은 아니라고 웃었다. 태형과 지민은 눈이 마주쳤다. 먼저 고개를 돌린 건 이번에도 태형이다.


지민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아빠의 애인이 태형 옆에 앉았다.


“내가 먼저 지민이한테 쪽지를 보냈어.”

“….”

“네 아빠랑 계속 너네 방송 챙겨봤거든. 두 달 동안 그게 낙이었어. 저 사람.”

“….”

“그 사진이 올라오고… 네가 그 상구란 사람 앞세워 해명방송 한 뒤에… 네게 연락을 해볼까 했어. 근데 나도 모르게 팔은 안으로 굽더라. 저 착한 애한테 우리 사정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했어. 용서해 달라고… 둘이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형이가 상처가 많아 그런 거니 이해해달라고. 그랬더니 여기로 찾아왔어. 네가 만든 카네이션바구니를 들고. 이 주 동안 매일같이 찾아와서 네 얘기를 들려줬어.”

“….”

“너한테 말하자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네 아빠가… 많이 혼란스러워 해서 연락을 못 했다. 미안해.”

“….”

“태형아. 너는 아무 잘 못 없어. 알지?”


태형은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울고 있을 거란 추측과는 달리 태형의 표정은 고요했다. 눈빛엔 결연함이 깃들어 있었다.


“근데-”

“…?”

“근데 쟤도 아무 잘못 없잖아.”

“….”


박지민도 아무 잘못 없잖아. 아빠의 애인은 쉽게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박지민도 아무 잘못이 없다.


전적으로 지민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태형의 해명방송에 대응하지 않은 건, 지민의 오롯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미안해하는 형에게 지민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태형이를 무작정 감싸주려는 게 아니에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도와주려는 거예요. 태형이가 못 났다는 건 아니구요. 다만, 제가 좀 더…」


지민이 태형보다 조금 더 나은 것. 스스로 광기의 대열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길을 택할 수 있게 만든 것.


「용감한 거죠.」


맞다. 태형은 분명 그 용기에 반했다.















태형은 다시 카메라 앞에 앉았다. 모니터 너머에 자신을 지켜보는 무수한 눈들, 언제라도 공격할 준비가 된 손가락들, 없는 얘길 만들어내고 있는 얘기는 꼬아 듣는 쥐 떼 앞에 앉았다.


“저는 남자를 좋아합니다.”















태형은 다시 엠생으로 돌아갔다.


태형은 지민이 아프리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자신이 얼마나 개자식이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그리고 그 일로 영구정지를 먹었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BJ 할 마음이 없었기에 아쉽지 않았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상구도 함께 영정열차를 탔다.


태형은 서울에서 도망쳤다. 우선 핸드폰을 해지하고 며칠 입을 옷가지만 간단하게 챙겨서 새벽기차를 탔다.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몇 주 동안 볼캡을 쓰고 다녔다. 태형의 걱정은 자의식 과잉의 산물이었다. 모자를 벗고 활보하고 다녀도 아무도 태형을 알아보지 못했다. 세상은 모니터 밖에 있다더니… 태형에겐 다행인 일이었다.


서울을 떠나 온지 5개월 차에 돈이 똑 떨어졌다. 태형은 호텔에서 게스트 하우스로, 게스트 하우스에서 민박집으로, 민박집에서 찜질방으로, 찜질방에서 pc방으로 계속 거처를 옮겼다. 잔고가 0원을 찍으면 적당히 노가다를 뛰어 돈을 벌고 그 돈을 다시 pc방에서 꼴아 박는 생활을 계속했다. 아프리카는 일부러 들어가 보지 않았다. 가끔 지민의 소식이 궁금하긴 했지만 꾹 참았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을까봐.


“아, 빨리 오라고요! 지금 겜 껐단 말이에요!”


태형은 아까부터 제 뒤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신경 쓰였다. 설마 자기보고 하는 말인가 싶었다. 좆중딩 여러 명이 태형을 흘끔거리면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근데 진짜 백만 원 주는 거 맞죠? 구라 아니죠?”

“….”


태형은 아무렇지 않은 척 담배와 라이터를 뒷주머니에 찔러 넣고 일어났다.


“지금 일어났어요!”


씨발. 나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대충 좆 된 것 같다.


“잡으라고요?”


그 순간 통화를 하고 있던 중딩과 태형이 눈이 마주쳤다. 태형은 앞 뒤 재지 않고 뛰쳐나갔다. 상구가 아무래도 살인 청부를 했나보다. 아니면 서울에 있는 태형의 수많은 채무자 중 한 명이 태형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거나.


“잡아!”


중딩들이 달려들었다. 태형은 간발의 차로 저글링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계단을 다섯 개씩 뛰어 내려갔다. 헐레벌떡 pc방 건물을 나왔을 때, 골목에서 튀어나온 포르쉐와 정면으로 부딪칠 뻔했다. 태형은 뒤로 나자빠졌다. 이 어촌마을에 웬 포르쉐? 게다가 저건 강남에서도 흔치않은 차종이다. 차문이 열리고 누군가 운전석에서 내렸다. 태형을 잡으러 우르르 달려 나온 중딩들은 포르쉐를 보고 우와 감탄했다.


“김태형.”


…지민, 지민이다. 박지민이다. 헐!


“형! 제가 잡아뒀어요!”

“진짜 올 줄 몰랐어. 대박.”


중딩들이 신나서 날뛰었다. 지민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지갑에서 오만 원 권을 잔뜩 꺼내 걔들한테 던졌다. 지폐가 허공에 흩어졌다. 저글링들이 지폐를 줍느라 혈안이 된 사이 태형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대로 뒤를 돌아 달렸다.


“이 개새끼가!”


뒤에서 분개한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형이 방송에 불성실 할 때마다 들었던 욕설이다. 태형은 자신이 왜 지민으로부터 도망치는지 몰랐다. 아니, 사실 알았다. 존나 쪽팔리기 때문이다. 태형보다 지민이 발이 빨랐다. 지민은 태형의 등짝을 거침없이 발로 깠다. 태형은 나뒹 굴렀다. 눈앞에 별이, 아니 지민이 반짝였다.


“왜 도망가!”


지민이 태형을 올라타고 앉았다. 수산시장 한 가운데서, 시장사람들이 다 보는 데서 말이다. 구정물이 태형의 낡은 셔츠 등판을 적셨다.


“왜 고백하고 튀냐고!”


태형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마지막 방송에서 태형은 지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건 천 년짜리 이불킥감이었다. 쪽팔렸다. 쪽팔려서 도망쳤다. 누굴 좋아해서 고백해 본 게 처음이라 그랬다. 지민이 씩씩 대면서 태형을 때렸다. 지민의 구타는 결코 장난스럽지 않았다. 까딱 갈비뼈가 나갈 뻔했다. 태형은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주먹질을 가까스로 막았다. 지민의 손목을 잡아챘다. 지민이 씩씩대면서 숨을 골랐다. 지민은 손목이 잡힌 채로 한참 태형을 노려보다가 별안간 태형 위로 쓰러져 안겼다. 여기저기서 어머어머하는 소리가 들렸다. 태형은 지민을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심장이 같은 박자로 진동했다. 태형은 태어나 최초로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망가져도 찾아와주는 이가 있으니까. 문득 처음 만났던 날 지민이 한 말이 떠올랐다.


“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용기가 솟아올랐다.


“나랑 결혼할래?”











Yes, I do.

fin.


















- EPILOGUE

안녕하세요~~~~~미호입니다ㅎㅅㅎ♥ 네 달 만에 뷔민미니웹진을 통해 다시 인사드려서 너무 기뻐욥>ㅅ<!!

멋진 기획해주신 총대님♥ 빛나는 연성으로 참여해주신 존잘륌들♥(여집합미호;;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뷔민♥ 다 짱이지 않나여?????? 정말 최고다(울먹울먹 뷔민의 영원한 사랑 지지해주시는 오조오억만 뷔민러분들 모두 최고최고bb


봄이니까 즐거운 병맛 뷔민을 쓰자^오^)o!! 죠낸 달달하게 써야지~~~! 내 안의 2000년대 초 인소감성을 모두 끌어내겠어!!!!!!11

하고 시작했던 글인데,, 분명,,

쓰다 보니 원래 의도했던 바와는 저와 방탄소년단의 거리만큼 멀어져,, 종국엔 총대님께 1. 뷔민 둘 다 생존해있고 2. 서로 사랑하면 되는 거죠ㅠㅁㅠ??? 예?????? 라고 물어봤던 기억이 나네요^ㅁ^ 히힣..!!


BJ태형이는 정말정말 쓰고 싶었던 소재에요!! 태형이 브이앱보면서 맨날 상상했어요ㅠㅅㅠ 막 브이앱 5시간 보고 싶을 때 있으시잖아여 그쳐그쳐?? 하루 종일 브이앱하시는 거 원하시잖아여.. “이제 그만 꺼야겠다.”<=이 말 나오는 순간 식은땀 나고 조금만 더 해줬으면 좋겠고 그러시잖아요!! 저만 그런 거 아니져??


암튼 그런 연유로 인터넷방송이라는 소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프리카의 유명남캠이랑 인기 있는 방송들을 보기시작 했는 데요~ 머랄까 제가 생각한 거랑 다른 부분이 많더라구여. 그 중에서도 특히 폭력, 폭언, 풍기문란, 사행성,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같은 반사회적 비도덕적인 문제점이.. 아니나 다를까..^ㅅ^ 저의 구미를 확 당겼습니다ㅎㅎ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글을 전개하고 싶은 욕심이 났어요~~

또한 성소수자로써 아프리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방송이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BJ태태짱팬 설정이었던 지민이를 게이BJ로 바꾸게 되었읍니당‘ㅁ’!


대충 이런 틀을 잡고 이야기를 전개하던 중에! 문득 의문이 들더라구여. 아프리카TV의 문제가 비단 BJ들만의 문제일까,, 그런 자극적인 컨텐츠에 반응하는 대중의 문제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게 아프리카TV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각종 인터넷 기사의 댓글-트위터-커뮤니티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익명성의 문제인가?? 집단지성의 문제인가?? 아니아니다,, 인간 본성의 문제다.. 뭐 이런ㅋㅋㅋㅋㅋㅋ 개똥가튼 사고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여기서 뒤로가기를 누르려고 하신 분들 계시져8ㅁ8!?!?!?!?안대여!!안대여!!!봐주세여!!금방끝낼게욥^.~,, 그리고 불현 듯 떠오른 게, 글에 등장한 레밍이야기에요!


나그네쥐라고도 불리는 레밍들은 주기적으로 절벽에서 뛰어내려 집단 자살을 합니다. 레밍들이 어떤 이유로 자살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걸로 알아요~ 일각에서는 레밍들이 스스로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그런 거다. 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고 하네요! 암튼 저는 이유보다 이 현상 자체에 주목해봤어요! 어디로 가는지, 왜 달리는지도 모른 채 절벽을 향해 우르르 뛰어가는 쥐떼들을 상상해봤습니다. 소름끼치기도 하고,, 뭔가 익숙하지 않나요ㅎㅎ?? 요즘 세태랑! 저도 그들과 다르다고는 못 하겠네요ㅠㅅㅠ 스스로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거, 참 어렵죠ㅠㅠ 자기 자신을 알아보는 일보다는 남의 의견에 동조하는 게 훨씬 더 쉬우니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주 그런 우를 범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집단은 이성적 군중보다는 광기의 무리가 되기 쉽다고 봐요. 우리 사회에 마녀사냥이 횡행하고,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꾸며낸 허튼 말이 진실인양 유포되기도 하고, 우린 그걸 또 믿고.. 아니라고 밝혀져도 대상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 합니다9ㅅ9 진짜로 경계해야할 태도에요ㅁㅅㅁ 저부터!!


이 얘기를 효과적으로 쓸 소재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사회에 무수한 차별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외적인 부분이 아닌 내적인 부분으로 차별받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동성애죠,, 물론 뷔민이 게이니까 게이얘기를 써야했기도 하고요^ㅁ^(머쓱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하나 아직까지도 갈 길이 구만리 인 것 같아요..


학,, 이번 에필로그는 즘말 쿨하고 간략하게 끝내고 싶었는데,, 또 몬가 구질구질하게 설명을하고 그 설명마저도 정신이 하나도 없네여.. 슬퍼요.. 저는 걍 위와 같은 의식의 흐름을 거쳐 글이 탄생해따구 알려드리고 싶엇어요9ㅅ9 마지막 장면 태형이의 프로포즈에 대한 지민이의 대답은 처음부터 알고계셔쪄 >오<????


뷔민 행복하고 꼭 결혼해라..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해줘(? 그리고 재혼하면 완벽해!! 어쨌든 영원토록 사랑해주라....♥♥♥♥ 뷔민: 예쓰 위 두♥♥♥

@mysteryhomo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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