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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1 : 어른의 사정


선예 - Maybe







[야나너대출해준거걸려서 방금F맞을뻔함ㅅㅂ 빨리텨와개샛갸]ㅡ오후1:03



정미를 만나러 가는 길, 장미꽃다발에 여유롭게 코를 묻고 있던 윤기에게 날아든 카톡 한 줄이 민윤기의 인생을 바꿨다.














윤기는 조심스럽게 뒷문을 열고 강의실 뒤 통로를 포복하듯 기어갔다. 자신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뒷자리 동기들에게 손가락 엿을 날려주면서 말이다. 대출을 부탁했던 남준은 어찌된 일인지 매번 앉던 자리가 아니라 맨 앞 줄 빔프로젝터 아래에서 혼자 앉아있다.


“거기 쥐새끼.”


제일 구석에 있는 창가 쪽을 향해 열심히 오리걸음을 하고 있던 윤기는 좌중을 가르고 저의 뒤통수에 꽂히는 교수의 목소리에 어정쩡한 자세로 앞을 쳐다 볼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 사이로 저를 원망하는 눈빛이 하나 보였다. 남준이다. 윤기는 번쩍 일어나 교수에게 허리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네가 늦기만 했어? 감히 대출로서 나를 능멸해?”


대출이 어째서 교수 능멸의 죄목으로 들어가는 지 잘 모르겠다. 윤기네 과 전용으로 개설된 핵심교양을 맡고 있는 사회과학대 교수는 알이 두꺼운 뿔테를 치켜 올리더니 한번만 더 대출을 시도하면 시험성적에 관계없이 D+을 줄 거라 으름장을 놨다. 윤기는 동기들 앞에서 창피를 당해 쪽팔렸지만 일단은 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는 윤기에게 남준의 옆자리에 앉을 것을 명령했다. 앞으로 지정석이란다. 아, 그래서 여기 있었구나. 윤기는 남준의 가방을 치우고 의자에 앉으면서 빠른 속도로 카톡을 보냈다.


[정미야 미안해 수업 끝나자마자 데리러갈게 도서관에 잠깐만 있어봐]ㅡ오후1:17


“야. 어쩌다 걸렸어?”

“내가 애초에 안 된다고 했지?”

“그러네. 민윤기 존재감 미치네.”

“좋냐?”


저 때문에 교수 앞에서 진땀을 뺐던 남준은 좀 삐져 보였다. 김남준은 스웩 넘치는 외양과 달리 의외로 소심한 면이 있어 한번 삐지면 며칠을 툴툴대는 놈이다. 윤기는 남준의 화를 어떤 식으로 풀어줄까 고민했다. 사물함에 처박고 온 장미꽃다발도 걱정이 되었고, 도서관에서 온갖 짜증을 내고 있을 정미도 신경이 쓰였다.


앞에서 감시하는 교수 눈치가 보여 집중도 되지 않는 수업을 열심히 듣는 척 했더니 어깨가 뻐근했다. 3시간짜리 핵심교양이라 1시간이 지나자 교수가 쉬는 시간을 주었다. 윤기는 냉큼 정미에게 전화를 했지만 정미는 받지 않았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착한 정미는 성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윤기는 정미에게 서너 번 정도 더 부재중을 찍어놓고 자신의 폰을 가방에 처박았다.


돌아 온 교수는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교수는 강의실 컴퓨터에 외장하드를 연결한 뒤 동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유명한 휴먼다큐프로그램 ‘인간극장’의 테마송이 흘러나왔다. 앞선 수업을 전혀 듣지 않은 윤기는 교수가 왜 동영상을 보여 주는지 몰랐다. 윤기는 뭔가 안 풀리는 하루에 짜증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로 팔짱을 끼고 스크린을 노려봤다.





동영상에는 한 소년이 등장하였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얼굴에 빼짝 마른 몸을 하고 있는 소년의 이름 뒤에는 (17)이라는 숫자가 붙어있었다. 소년은 좋게 말해도 쪽방을 면하기 어려운 한뼘짜리 잠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시대극에서나 보던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로 세수를 하고, 허름한 외출용 옷으로 갈아입고, 한 겨울에 외투도 없이 집을 나섰다. 소년을 따라 붙는 카메라는 집요했다. 소년은 윤기에게 구전으로만 익숙한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들 사이에서 소년은 더 작아보였다. 작고 하얀 손이 빨갛게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신문을 돌린 소년은 어스름한 새벽이 지나고 동이 터올 때에야 귀가했다.


쪽잠이라도 자나싶었던 소년은 벽에 기대어 몇 분 꾸벅꾸벅 졸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친절한 나래이션은 오늘이 소년의 졸업식이라고 해설을 해주었다. 소년은 집을 나서기 전, 시꺼먼 액자를 한번 쳐다보았다. 카메라 앵글이 비추는 액자에는 소년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누가 봐도 영정사진이다.


학부모들이 빼곡한 교실 안, 소년은 홀로 일어나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들고 자리로 왔다. 졸업앨범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리는 소년의 손가락을 비추는 화면이 처연했다. 식이 끝난 뒤, 담임과 소년은 면담을 시작한다. 짐은 좀 정리했냐는 담임의 물음에 소년이 또박또박 대답을 한다. 슬픔은 없어보였다. 담담하게 자신의 처지를 구술하는 소년의 입술을 멍하게 응시하고 있던 윤기의 어깨가 쑥 밀렸다. 남준이었다. 뭘 그렇게 넋 놓고 보냐며 묻는 질문에 윤기는 어, 응?하고 대꾸도 반문도 아닌 말을 내뱉고 다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익숙한 나래이터의 목소리가 소년이 처한 현실을 미주알고주알 떠든다.


소년은 편모슬하에서 경제적으로 힘들게 자라다 열여섯 겨울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빚은 없지만, 재산 또한 없어서 소년은 날라드는 고지서들과 앞으로의 생활비 당장 교복비 고등학교 예치금등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수심에 빠져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슬픈 건 슬픈 대로 끝났는데. 앞으로 제가 어떻게, 뭐부터 하면 되는 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소년의 짧은 인터뷰가 끝남과 동시에 동영상이 꺼졌다. 턱을 괴고 동영상을 보고 있던 윤기는 제 안에 있던 무언가가 퓨슈슉 식는 기분을 느끼며 시계를 보았다. 수업이 끝날 시간이 다 되었다. 하나 둘씩 가방을 챙겨 뜨는 동기들 사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윤기는 남준의 안 가냐는 카랑카랑한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어 교실을 나왔다.







이상했다. 삐진 남준에게 학식을 쏘고, 사물함에 처박혀 있던 장미를 꺼내고, 정미의 화를 풀어주는 내내 윤기의 머릿속에는 아까 인간극장에서 보았던 소년의 잔상이 떠나지 않았다. 정미와 헤어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윤기는 결심했다. 인간극장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야겠다고.


옷도 갈아입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은 윤기는 다시보기 채널을 이 잡듯이 뒤졌다. 그리고 20페이지쯤에서 아까 그 소년의 이야기를 발견했다. 3부작으로 방송되었고 방송일자는 작년 3월 이었다. 좀 됐네. 윤기는 생전처음 소액결제라는 것을 해보았다. 자취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만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한 윤기는 동영상플레이어를 설치하면서 자신의 심장이 왜 이렇게 떨리는지 고민해야만 했다.


아까도 생각했지만 지나치게 덤덤한 표정이다. 자신이 저 상황에 처해도 저런 표정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덤덤하다. 슬픔을 꾹꾹 눌러 담아서 참는다거나 연달아 몰아치는 불행에 지쳐버린 얼굴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그냥.. 만사 귀찮고 뚱한 표정이다. 살아갈 날이 걱정 된다고 말로는 그렇게 얘기하지만 뭣 모르는 윤기가 보아도 단박에 저건 대본이라고 느껴질 만큼 말투가 어색하다. 왠지 소년의 에피소드가 짧은 3부작으로 끝난 데에는 비협조적인 방송태도가 일조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런 데에 나가려면 몹시 비참하고, 굉장히 우울하고 해야 할 텐데 소년은 지나치게 평범했다. 상황 말고, 감정이.


3부작의 끝은 시시했다. 여차저차 친척들과 연락이 닿게 된 소년은 그들에게서 교복과 입학금을 지원받고 고등학교 입학식을 치른다. 눈 발 날리는 고등학교 운동장을 찍은 화면에서 나래이션은 희망찬 목소리로 소년의 앞날을 축복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본인은 여전히 뚱. 영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영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찜찜한 기분에 사로잡힌 윤기는 다시 첫 화의 재생버튼을 눌렀다. 여차하면 움짤이라도 만들 기세로 소년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부분만 밤새 돌려보았다. 마음이 참 이상했다. 연민도 아니고, 신기함도 아닌데 자꾸 소년의 얼굴이 눈에 밟혀서 플레이어를 끌 수가 없었다.










결국 윤기는 밤을 꼬박 샌 채로, 옷만 갈아입고 학교에 등교했다. 첫 교시가 서양철학사여서 기필코 자리라 마음을 먹었다. 헌데 막상 눈을 감으니 컴컴한 시야에 소년의 왜소한 어깨가 떠올랐다. 하는 수 없이 눈을 뜨고 판서를 보았다. 시대에 맞지 않는 초록색 칠판이 소년이 입고 있던 교복 마이 색깔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윤기는 화들짝 놀라 뭐에 쫓기는 사람처럼 책을 폈다. 검은 것은 글자고, 하얀 것은 종이가 맞는데 검은 건 소년의 머리칼 같고, 하얀 것은 소년의 마른 목덜미 같았다. 좆나 돌아 버릴 것 같아 화장실로 나왔다. 화장실 타일 색깔이 누런 게 푸주간 같던 소년네 화장실의 것과 비슷한...


“씨팔!”


윤기는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저주에라도 걸린 기분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눈을 두는 데마다 소년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윤기는 자체 휴강을 하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일은,


“여보세요? 아, 예 여쭤볼 것이 있어서요.”


인간극장 홈페이지 하단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윤기는 이 기이현상의 이유를 자신도 이십평생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동정심이라 치부했다. 소년이 너어어무 안타깝고 또 너어어어무 불쌍해서 자신이 이러나 보다. 라고 결론지은 윤기는 보통 불쌍하고, 안타까우면 자꾸 생각이 나나? 싶었지만 살면서 한 번도 동정심이란 걸 가져본 적이 없어 그냥 그런가 보다 넘겼다.


담당 작가는 목소리가 고운 여자였다.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냐고 묻는 여자에게 윤기는 174화에 나왔던 박지민군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말을 함과 동시에 한 겨울에 냉수마찰을 한 것처럼 온 몸에 털이 바짝 섰다. 자막과 나래이션으로만 들었던 소년의 이름을 제 입으로 직접 발음하자 간질간질하고 따끔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 윤기의 사고를 마비시켰다. 작가는 윤기에게 잠시만 기다려 보라고 한 뒤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연결 시켜주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돕고싶냐 묻기에, 윤기는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다. 돈도 주고, 쌀도 사주고.. 그러다 문득 한 겨울에 제대로 된 아우터 없이 거리를 누비던 지민의 마른 몸이 생각났다. 옷, 옷도 사주고 싶어요! 기운찬 윤기의 목소리에 반대편에서 전화를 받던 사람이 풉 웃었다. 신변상의 문제로 소년에게 직접 원조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 사람은 계좌번호와 주소를 불러주면서 돈이나 보낼 물건이 있으면 이쪽을 통해 하라고 얘기를 해주었다. 윤기는 불러주는 대로 열심히 받아 적었다.


“이게 진짜 집 주소인가요?”

“아뇨. 지민군을 도와주는 지역봉사단체 주소예요. 계좌도 그쪽으로 계좌구요. 직접 후원을 원하시면, 제가 불러드린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셔서 문의하시면 되 실거에요.”


알았다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메모지를 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 여기에 돈과 먹을 것 옷만 붙여주면 된다. 그럼 다 해결 될 일이다. 그래 그럼 될… 일인데, 윤기의 손은 아래에 나와 있는 단체 주소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얘네들이 중간에서 돈을 가로 챌 수도 있잖아? 그래서 전화하는 거야, 그래서…


“여보세요? 거기 희망나눔회 맞나요? 예, 아 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요.”


아, 몰라!













윤기는 요 이틀간 제 정신이 아니었다. 학교도 빠져가면서 찾아간 희망나눔회인지 희망나누미인지하는 할머니 모임에서는 윤기가 뭐가 그리 못 미더운지(아마 윤기의 날티 나는 외모가 한 몫을 단단히 했을 것 같은) 윤기에게 이것저것 캐물었다. 덕분에 윤기는 팔자에도 없는 착한 척, 성실한 척을 해가면서 제가 어떻게 지민에게 도움을 줄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건실한 삶을 살아왔는지 열심히 자기PR을 했다.


삼일 째 되는 오늘 겨우 할머니들의 허락이 떨어졌다. 할머니들은 지민학생에게 미리 연락을 해두었으니 지민의 집으로 가 직접 만나보라 했다. 윤기는 너무 좋아서 연신 대박대박을 외치며 할머님들께 큰절 비슷한 감사의 인사를 했다. 희망나눔회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 한 분과 지민이 집을 찾아가는 사이, 윤기는 청년으로부터 지민의 자세한 사정에 대해들을 수 있었다.


인간극장에서 방송이 나가고 지민을 도와주고 싶다는 사람들이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돈이 꽤 모였고 장기적인 후원을 바라는 사람도 있어서 역시 방송이 좋긴 좋구나 느꼈다했다. 하지만 당장 밀려있는 월세를 해결하고, 좀 더 안정적인 곳으로 집을 옮기는 사이 돈은 다 떨어졌고 장기적 후원을 바란다던 사람도 어쩐 일인지 요즘에는 돈을 잘 보내주지 않아 지민의 상황이 많이 안 좋다고….


공부도 곧 잘하고, 인성도 발라서 할머니들이 아주 아끼는 아이라는 지민이 집은 아낀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후미진 데에 있었다. 물론 방송에서 보았던 그 쪽방 보다는 나았지만, 쪽방만 아닐 뿐이지 칠이 다 벗겨진 대문에 윤기가 발로차면 우루루 무너질 것 같은 담장은 담장의 역할이라곤 1그람도 수행하지 못 할 것 같아 보였다. 게다가 치안 안 좋기로 소문 난 동네였다. 체력 좋은 윤기의 숨이 딸릴 정도로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집 앞에서 윤기와 청년은 한참을 기다렸다.


부쩍 짧아진 해는 8시가 되자 산 뒤로 제 몸을 숨겼다. 가로등 빛도 드문드문한 길에서 청년과 뻘쭘히 서서 사이좋게 콧물을 훌쩍였다. 사실 그 순간조차도 윤기의 심장은 기분 좋게 진동했다. 뭐냐 이 설렘은. 윤기는 일부러 슬픈 생각을 하면서 진정시켜보려 노력했지만, 언덕의 아래에 어른거리는 교복 그림자를 보고서는 그 노력마저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지민이었다.


윤기가 방송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 때보다 키가 많이 컸고, 혈색도 그 때보다는 괜찮아 보였다. 머뭇머뭇 목례를 하는 지민에게 마주 인사한 윤기는 지민의 입에서 뿜어 나오는 입김에 손을 대고 싶다는 별 이상한 생각을 다 했다.












“아, 그러니까 저는 말이죠. 지민군에게 장기적인 후원자가 되고 싶어요.”

“네….”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또 정신적으로도…”

“네….”


윤기는 어찌하면 저를 더 근사하게 포장할 수 있을까 단어를 고르고 골랐다. 세 남자가 들어서자 여유 없이 꽉 찬 방에서 저를 마주보고 있는 지민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집스럽게 눈을 맞추려고 용을 쓰는 윤기의 노력이 보이지도 않는 건지, 지민은 내내 눈을 내리깔고 소극적인 대답만을 내어놓았다. 저기요. 절 좀 보라구요.


“그래서 말인데요..”

“네..”

“제가 지민군 공부를 봐주면 어떨까요?”

“네?”


그제 서야 고개를 든 지민의 눈이 황당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대뜸 과외 선생님이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윤기가 요 삼일 내내 어떻게 하면 지민과 접점을 늘릴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어 놓은 묘안이었다. 그냥 돈 주고, 옷 사주고, 밥 먹여 주는 걸로는 부족했다. 윤기는 그런 걸로는 부족했다. 지민의 얼굴을 직접 보니 그런 걸로는 정말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좋아요. 제가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요.”


윤기는 인생에 더 없을 간절함을 담아 지민을 보았다. 도와준다는 사람 표정이 더 간절하니 지민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윤기와 청년 사이에서 방황하던 지민의 눈이 결국 윤기의 얼굴에 정착을 했다. 머뭇거리던 지민의 입에서 어렵게 승낙이 떨어졌다. 윤기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mysteryhomo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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