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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5 : 아이여도 괜찮아


정엽 - 왜 이제야 왔니















지민은 그렇게 뛰쳐나간 후 삼십분도 안 되어서 귀가를 했다. 지민의 손에는 호빵과 군고구마가 들려있었다. 윤기와 지민은 그날 연말 시상식을 보면서 고구마를 까먹었다. 지민이 너무 태연하게 굴어서 윤기는 자신과 지민이 키스한 게 꿈이었나?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지민이 남우주연상 수상자를 점치며 윤기에게 딱밤 맞기 내기를 하자 제안했다. 윤기는 얼이 빠진 채로 아무나 골랐다. 내기는 윤기의 승이었다. 지민이 앞머리를 올리고 뽀얀 이마를 드러냈다. 지민은 눈을 꼭 감고 윤기의 딱밤을 기다렸다.


“뭐해요? 안 때려요?”

“….”


윤기는 지민의 이마 대신 얄미운 입술을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의 입술로.















당연한 소리지만 ‘그 날’이후 윤기와 지민 사이에는 성적인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니, 아니다. 성적인 긴장감이란 건 순전히 윤기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속단하지 말아야지. 어쨌든 윤기와 지민의 관계는 뭐라 콕 집어 설명할 수 없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윤기는 특히 지민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늘 뚱하게 입술을 내밀고 툴툴대던 지민이 윤기에게 가감 없이 애정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기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부비했던 때처럼. 윤기는 훅훅 들어오는 지민의 태도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형. 저 이거 모르겠는데..”


지민에게 문제를 풀라 시키고 윤기 자신도 기말고사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지민이 문제집을 윤기 쪽으로 돌리면서 엉덩이를 바짝 붙였다. 흡- 윤기는 숨을 참았다. 왜냐면 근래엔 지민의 샴푸냄새만 맡아도 아랫도리가 뻐근해져서 난감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아, 이건.. 인수분해해야되는데..”


윤기는 수학문제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멘탈이 인수분해 되기 일보직전이었지만 차근히 문제를 풀어갔다.


“알겠어?”

“이거 다시 한 번 만요.”


지민이 윤기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면서 풀이과정의 한 부분을 턱 끝으로 가리켰다. 윤기는 벌떡 일어났다. 지민이 윤기를 올려다봤다.


“왜 그래요?”

“아, 아냐.”


윤기는 일단 다시 주저앉았다. 똘똘이가 기립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윤기는 슬픈 생각을 하려했다. 하지만 되돌아본 윤기의 인생은 이제껏 큰 굴곡이 없이 평탄하기만 해서 슬픈 기억은 도통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윤기는 지민이 미성년자인 사실을 자신의 흥분한 자아에게 끊임없이 주지시켰다. 쟨 미성년자야! 아무 것도 모른다고! 애야, 애! 너 이러면 안 돼!


지이잉지이잉


상 위에 올려놓은 지민의 폰이 진동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지민이 받기를 망설였다. 윤기는 감이 왔다.


“누구야? 아빠야?”


만약 지민의 아빠라면 한바탕 욕을 해 줄 준비가 되어있는 윤기였다. 그 아파서 숨이 넘어간다던 아들이 전화를 했어도 윤기는 세상 다시없을 쌍욕을 할 자신이 있었다.


“아빠 아니에요.”

“그럼 누군데?”


폰의 진동이 뚝 멎었다. 지민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나 방금 번호 다 외웠어. 내가 전화해봐?”


윤기의 도발에 지민이 안 된다고 기겁을 했다.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너 또 호구마냥!”

“진짜 아빠 아니에요!”

“누군데?!”

“그게..”

“전화 한다. 지금.”


윤기는 자신의 폰을 꺼냈다. 지민이 윤기에게 달려들어 윤기의 폰을 뺐었다. 순식간에 폰을 뺏긴 윤기는 황망한 표정으로 지민을 쳐다봤다. 지민은 윤기의 폰을 등 뒤에 숨기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냥.. 친구예요.”

“친구?”


지민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낯설었다. 친구? 친구우? 윤기는 잠시 동안 그 단어를 소처럼 되새김질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지민이 친구가 없을 이유가.. 없구나. 맞아. 얘 고딩이지. 얼굴 반반하고, 성격 딱히 모난데 없으니.. 그래. 지민에게는 친구가 있을 것이다. 친구뿐이랴? 아는 형, 친한 누나, 잘 따르는 후배 등등도 있을 것이다.


근데 난 왜 쟤한테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


“친구 전화를 왜 피해? 번호 저장도 안 해놨잖아. 싸웠어?”

“….”

“뭔데. 말해 봐.”

“..그냥 따라다니는 애에요.”


지민은 윤기가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자 발신인의 정체를 이실직고했다.


“따라다녀? 너를?”

“네.”

“왜?”


윤기는 순전히 지민의 말 자체가 이해가 안 가서 물은 것이었는데 지민은 윤기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는지 인상을 살짝 구겼다.


“좋다고요.”

“..?”

“저 좋다고 따라다니는 애있어요.”

“누, 누, 누, 누가!”


윤기는 지민의 설명을 다 듣고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대체 누가 박지민을 따라다닌단 말인가! 윤기는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라이벌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윤기가 믿고 싶든 안 믿고 싶든 현실이 그러했다. 지민의 피곤하단 표정이, 익숙하게 홀드 두 번을 눌러 수신을 거부하는 행동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지민에게는 친구도 있고, 아는 형, 친한 누나, 잘 따르는 후배 등등 다 있고! 더하여 지민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있는 것이다. 윤기는 자신이 안일함을 인정해야만 했다. 지민에게 자신은 원앤온리가 아니라 수많은 옵션들 중 하나 인 걸, 윤기는 방금 깨달았다.


“그냥.. 같은 동아리 애에요.”


윤기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지민이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쟤한테는 마음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그래도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네가 싫으면 칼같이 끊어버려!”


윤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민은 윤기의 기세에 떠밀려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는 그간의 고민들이 쪽팔렸다. 윤기는 지민과 자신의 사이를 윤기가 고백을 하고 지민이 받아주는 문제로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윤기는 지민의 액정에 떴던 번호를 자신의 폰에 저장했다. 찌질한 짓이란 걸 알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윤기의 카톡에 새 친구가 추가되었다. 윤기는 신원미상번호의 프로필을 관음 했다. 지민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귀여운 여자애였다. 눈이 높은 편인 윤기에게 귀여워 보일 정도면 또래들 사이에선 꽤나 인기가 좋을 것이다. 여자아이의 프로필 상태메세지가 인스타아이디인 것 같았다. 윤기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인스타앱을 열어 해당 아이디를 검색했다. 그렇지! 여자애 인스타그램이 열렸다. 팔로워가 3000명이나 되네? 윤기는 빠르게 염탐을 시작했다. 대부분이 여자아이의 스노우 셀카였다. 가끔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도 있었다.


“!”


스크롤을 쭉쭉 내리던 윤기는 한 게시물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익숙한 가방이 보였기 때문이다.


hisujin96 지민오빠랑♥ 베스킨~라빈스~써리~원!


#일상#좋아요#데일리#인스타#인친#Daily#하루#팔로#맞팔#선팔#f4f#l4l#선팔하면맞팔#선팔맞팔#follow#셀피#셀피그램#셀피스타그램#셀피족#셀카그램#셀카놀이#셀기꾼#me#selfie#훈녀#얼스타그램#셀카그램#얼스타#푸드#food#푸드스타그램#먹스타그램#맛스타그램#먹스타#디저트#간식#베스킨라빈스31#베라#baskinrobbins31#럽스타그램#일까#럽스타#하고싶다


사진 속에는 베스킨 라빈스 매대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지민의 등짝과 그런 지민 옆에서 카메라에 대고 브이를 하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지민은 윤기가 사준 이스트팩을 메고 있었다. 이 사진만 보면 영락없이 훈훈한 고딩커플이다.


ou.ou.ii17 둘이 사겨?

hisujin96 @ou.ou.ii17 곧^^

ljh0505 미친 꿈도 크네ㅋㅋㅋ

hisujin96 @ljh0505 닥쳐줘^^


댓글을 보아하니 여자애가 대놓고 들이대는 모양이었다. 여자애는 댓글로 지민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hisujin96 지민오빠 내꺼]. 윤기는 삽시간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지민의 인스타 아이디를 가르쳐 달라, 지민오빠가 아깝다, 나대지 마라 등등.. 이어지는 댓글들 역시 가관이었다. 윤기는 크게 한숨을 쉬며 인스타 앱을 껐다.


보통은 이게 정상이다. 이렇게 또래들이랑 어울리는 게 정상이지. 윤기는 상황을 납득하려고 애를 썼다. 그래. 지민의 맘 같은 건 둘째 문제고 일단 자신과 지민이 어울려봐야 지민에게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지민은 미성년자, 윤기는 성인. 지민은 남자, 윤기도 남자. 윤기는 조금씩 지민을 단념하기 시작했다.


‘박지민도 연애해야지. 그 나이 때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마음을 아프지만 응원해 줘야지. 앞으로 박지민한테 절대로 티내지 말아야지. 티내는 걸 떠나서 흑심 품지 말아야지. 지켜줘야지. 순수하게 아이로만 대해야지.’


윤기는 다짐 또 다짐했다. 윤기가 다시 인스타 앱을 켰다. 다시 봐도 예쁜 고딩 커플이다. 윤기의 심란함은 깊어만 갔다.


“따라오지 말라니까?”

“데려다만 준다니까?”

“괜찮다고 했잖아.”


축 처진 어깨를 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고 있던 윤기의 귀에 짜증이 묻어나는 지민의 음성이 들렸다. 지민은 누군가와 승강이를 하는 중이었다. 윤기는 헐레벌떡 지민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뛰어갔다. 집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있는 골목에서 교복을 입은 지민이 같은 교복 입은 남자애한테 손목이 잡힌 채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윤기는 눈이 뒤집힌다는 말을 난생처음으로 이해했다. 윤기는 둘 사이로 달려들어 지민의 손목을 낚아채고 지민을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눈 깜짝할 새 손이 황망해진 남자애는 당황한 표정으로 윤기와 지민을 쳐다봤다.


“너 뭐야!”

“넌 뭔데?”


윤기의 질문에 남자애가 싹퉁머리 없게 반문했다. 윤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러게? 난 박지민한테 뭐지?


“친척 형이야. 나랑 같이 살아.”


지민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윤기는 자신을 친척 형으로 소개하는 지민에게 이유 없는 서운함을 느꼈다. 그거 아니면 딱히 댈만한 명칭이 없지만서도.. 거짓말까지 해야 할 정도로 내가 수상한 존재인가?.. 하긴 자기라도 몇 살 차이 안 나는 성인이 후원자라면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것이 아닌지 불유쾌한 추측을 했을 것이다. 지민의 대처가 현명했다. 현명하긴 한데.............................................................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민이의 친구 김태형이라고 합니다.”


남자애는 윤기가 지민의 친척 형이라는 소릴 듣자마자 각을 잡아 반듯하게 인사했다. 그럼 뭐하나 이미 그저 그런 양아치인 거 다 파악했다. 윤기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태형을 관찰했다. 얼굴하나는 끝내주게 잘생겼네. 머리색이 왜 저렇게 밝아? 일진인가?


“박지민한테 뭐 볼 일 있어? 왜 애를 집에 못 가게 해?”


지민이 하지 말라고 윤기를 말렸지만 윤기는 지민이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어졌다. 뭐야! 뭔데! 내가 뭘 할 줄 알고 하지 말라는 건데!


“형님!”


태형이 갑자기 윤기에게 넙죽 절을 했다. 윤기는 당황해서 뒤로 물러났다. 뒤에서 지민이 못살아. 진짜.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저 지민이랑 교제하고 싶어요! 허락해주세요! 지민이네 집에도 놀러가고 싶어요! 나쁜 짓 안 할게요!”

“야. 이 또라이야.”


지민이 윤기 뒤에서 나와 엎드린 태형을 일으켰다.


“형. 얘 장난치는 거예요. 믿지 마세요.”

“나 장난 아닌데?”

“쫌 진짜!”

“나 한 번도 장난친 적 없어.”

“제발 태형아..”


윤기는 몇 분간 멍청하게 둘이 투닥거리는 걸 보고만 있었다. 뇌가 과부하 걸린 컴퓨터마냥 연산을 거부했다. 그러니까 저 시커먼 사내자식이 지금 나한테 박지민이랑 사귀게 해달라고.. 집에 가도 되냐고.. 나한테.. 나.. 민윤기한테.. 방금까지.. 예쁜 여자애랑.. 박지민이랑.. 알콩달콩.. 사귀길.. 바라며.. 맘.. 접겠다고.. 다짐한.. 나.. 민윤기한테..


“얘도 너 따라다녀?!!??!!?!?!?”


윤기가 내지른 비명에 태형과 지민이 움찔하며 윤기를 쳐다봤다. 젠장. 교복 입은 소년 둘이 화보처럼 잘 어울려서 윤기는 울고 싶어졌다. 박지민한테 안 어울리는 건 나뿐인가 봐.


“나 말고 너 따라다니는 애 있어?”


태형이 오히려 지민에게 질문했다. 지민은 아주 골치가 아프단 표정을 지었다.


“아냐.”

“누군데?????”

“아니라니까.”

“저 형이 ‘얘도’라고 했잖아. 다른 사람은 누군데???”

“아, 몰라. 있어.”

“알려줘!!!”

“알면 뭐 어쩌게.”

“죽여 버릴 거야!!!”


태형과 지민은 윤기의 질문을 무시하고 저들끼리 옥신각신했다. 윤기는 열이 뻗쳐올랐다. 윤기가 지민의 손목을 다시 끌어왔다.


“야. 됐고. 너 집에가.”


윤기가 태형을 쫓아내자 태형은 울상이 됐다.


“그리고 얘는..”

“….”

“안 돼.”

“아, 형님!”

“꿈도 꾸지 마.”


윤기는 뭐라 자신을 설득을 하려는 태형을 무시하고 집으로 향했다. 손에는 지민의 손목을 꽉 쥔 채로. 태형에게 쫓아오면 경찰에 신고한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윤기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뭐 어디서부터 지민이랑 대화를 시도해야 할지 감도 안 왔다. 윤기는 자신에게 대뜸 지민을 달라던 태형의 얼굴을 상기했다. 분노가 차올랐다. 그리고 분노가 차오르는 와중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얼굴이.. 태형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아까 걔 아이돌 아니야?”


설마.


“아니에요.”

“근데 왜 어디에서 본 것 같지?”


다행이군. 라이벌이 아이돌이라니 끔찍-


“배우에요. 저번에 시상식에서 신인상 받았잖아요.”


콰광. 윤기의 머리 위로 커다란 돌덩이가 떨어졌다. 윤기는 입을 쩍 벌리고 지난번 지민과 함께 시청했던 시상식을 떠올렸다. 기억이 났다! 신인상 김태형을 호명하는 순간 객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었다. 이윽고 무대 위에 올라온 수상자가 지민의 또래라 윤기는 무척 신기해했었다.


우선 팬 여러분들 감사드립니다. 좋은 작품, 훌륭한 감독님과 스태프분들, 멋진 선배님들을 만나서 귀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니저형님들 소속사 식구 분들 감사드리고요. 이 상,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부끄럽지 않은 연기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지민아! 나 진짜 상 받았다!


수상 소감 끝에 지민이라는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었지. 그게 진짜 ‘박지민’이었을 줄이야.


“너 혹시 걔랑..?”

“아니에요!”


윤기가 질문을 완성하기도 전에 지민이 펄쩍 뛰었다. 윤기는 답지 않게 흥분하는 지민이 수상하게 여겨졌다.


“걔랑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 친구에요. 원래도 장난 심하고 똘끼 대박이에요.”


윤기가 보기엔 장난이 아니었다. 김태형도 지 입으로 장난 아니라 그랬다. 태형의 마음을 장난으로 여기는 사람은 지민밖에 없었다. 윤기는 지민이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려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어 의심의 눈초리로 지민을 가늠했다. 지민은 윤기의 시선을 피하며 먼저 씻겠다고 욕실로 들어갔다. 윤기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주저앉았다. 지민이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그러고 있었다. 지민은 자신이 들어갈 때와 같은 모양새로 있는 윤기를 보고 놀랐다. 윤기는 물기도 안 닦은 지민더러 자신 앞에 앉아보라 했다.


“너 걔랑 어울리지 마.”

“..왜요?”


지민은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설마 윤기가 태형을 질투하는 건가 싶었다.


“….”

“왜요?”


윤기가 대답을 못하자 지민이 재촉했다. 왜요? 왜 어울리면 안 되는데요? 지민은 질투로 인해 마음을 시인하고 상대방에게 고백하는 사람들을 더러 봐왔다. 윤기도 같은 경우이길 빌었다.


“하, 학생이 말이야!”


안타깝게도 윤기는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공부를 해야지! 어? 너 기말고사가 코앞인데!”


지민은 또 크게 삽질을 하는 윤기 덕에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밥 먹을래요?”

“먹긴 먹을 건데! 대답 하고 가! 너 벌써부터 그런 길로 빠지면 안 돼!”


지민은 조금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윤기를 골려주고 싶었다. 지민이 자신의 젖은 머리를 덮고 있던 수건을 목에다 두르면서 윤기를 물끄러미 봤다.


“어쩌죠. 형?”

“….”

“저 이미 빠진 것 같은데.”


형한테.














윤기는 고통스러웠다. 당장 알게 된 라이벌 둘이 너무나 막강하다. 한 명은 지민또래의 귀여운 여자아이. 현재 지민에게 너무나 이상적인 교제 상대이고 둘을 붙여만 놔도 그럴싸한 그림이 되는 걸 확인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주목받는 신예이자 아역배우. 얘는 더 걱정이 된다. 현재 고딩이라 좋다고 쫓아다니는 데서 그치는 거지 얘가 커서 예약된 부과 권력을 모두 갖추게 된다면? 어마어마할 거다. 그리고 얘네 말고 라이벌이 더 있을 수도 있다. 악! 윤기는 이제 거의 습관적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니 근데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냐? 박지민한테 안 그러기로 했잖아. 도리도리. 윤기는 고개를 저어 잡념을 털어내려 애썼다.


허나 사람마음은 맘대로 안 되는 법. 윤기는 지민의 일거수일투족이 신경 쓰였다. 지민이 가끔가다가 폰을 오래 들고 있으면 누구와 연락을 주고받는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사생활 침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전부 알고 싶었다. 윤기는 자신이 이렇게 구질구질한 사람인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게다가 요즘 지민의 행동이 수상했다. 윤기가 마음먹고 수상한 구석을 찾으려 해서 더욱 잘 보이는 건지 몰라도 요 며칠 전화도 베란다에 나가서 받고 생전 안 하던 카톡잠금까지 설정해 윤기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귀는 사람이 생긴 걸까?


윤기는 또 베란다에 나가서 전화를 받는 지민의 등을 보며 울적해졌다가 화가 났다가.. 오락가락 했다. 지민이 전화를 마치는 기색이 보여 윤기는 후다닥 전공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민이 핸드폰을 상 위에 뒤집어 올려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지민이 사라지고 나서 드르륵 폰이 진동했다. 윤기는 이걸 뒤집어 볼지 그냥 둘지 1초 정도 고민하다가 냉큼 폰을 뒤집었다. 잠금상태인 폰이었지만 상태표시줄에 문자내용이 떴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백만원입금 오늘7시 샛강역3번출구 카페안젤로]


??????????


윤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 윤기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다시 내용을 읽었다. 하나하나 떼어보면 이상할 게 없지만 모아서보면 굉장히 이상한 문자내용은 변함이 없었다. 윤기의 심장이 빠른 비트로 널뛰기 시작했다. 배, 백만원이면 지민의 아빠가 보낸 문자인가? 아니다. 지민의 아빠는 충북에 산다고 들었다. 그리고 고아인 아들한테 돈을 갈취하는 작자가 순순히 백만원을 갚을 리가 없다. 그럼 이 돈은 뭐지? 돈 주면서 만나자고 하는 건가? ..설마!


지민이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려 윤기는 폰을 아까와 같은 상태로 뒤집어뒀다. 태연하게 전공책을 읽는 척하는 윤기의 손끝이 미친 듯이 떨렸다. 당장 지민의 멱살을 잡고 이게 다 뭔 소리냐고 다그치고 싶은 걸 꾹꾹 참았다. 혹시나 오해하는 걸까봐서. 지민은 한참 얌전히 문제를 풀더니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곤 표정이 살짝 굳었다. 지민이 말없이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벽시계가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갔던 지민은 외투를 입고 나와선 잠깐 나갔다온다고 했다. 윤기는 일단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이 집에서 나가고 윤기는 바로 콜택시를 불렀다. 도착한 택시기사에게 “샛강역 3번 출구 카페안젤로!!”를 외치는 윤기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택시기사는 윤기의 성화에 못 이겨 가능한 최대의 속력을 내서 카페 앞에 윤기를 떨궈주었다. 6시 20분이었다. 윤기는 카페의 가장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죄다 아줌마 무리뿐이었다. 혹시 여기서 지민을 산 사람이 있나?! 윤기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한명 한명을 관찰했지만 다들 자식 키우는 평범한 엄마들 같았다. 하지만 원조교제하는 사람들이 얼굴에 써놓고 다니는 건 아니니 윤기는 쉽게 마음을 놓지 않았다.


지민이 도착했다! 윤기는 기둥 뒤로 더욱 몸을 숨겼다. 약속시간보다 이른 6시 40분에 카페에 도착한 지민은 윤기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계속 문자를 하는 모습이 윤기의 자리에서 보였다. 윤기는 지금이라도 일어나 지민을 데리고가야하나 아니면 원조교제하는 인간이 정체를 드러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족쳐야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하는 사이 지민의 빈 앞자리가 채워졌다.


한 중년남성과 지민보다 어려보이는 남자아이였다. 둘을 보는 지민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와줘서 고맙다.”


카페가 조용했던 탓에 남자와 지민이 나누는 대화가 작게나마 들렸다. 윤기는 상황파악을 완료했다. 남자는 지민의 아빠가 맞았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아이는 아마 그 아프다던 아들일 것이다. 생각해보니 주변에 여의도 성모병원이 있다. 퇴원을 하는 길인가? 그렇다면 수술이 성공적이었나 보다.


남자의 차림은 초라했다. 다 닳은 시장표 운동화에 낡아빠진 외투를 입고 있었다. 얼굴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데 고생을 많이 한 건지 머리가 벌써 하얗게 새었다. 이마와 눈가에 가득한 주름이 남자의 삶의 무게를 가늠하게 했다. 지민과 남자는 한참 대화를 나누었다. 말은 주로 남자가 하고 지민은 듣는 입장이었다. 남자가 하는 이야기들이 영 헛소리는 아닌지 지민은 가끔가다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남자아들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했다. 남자아들은 그 시간동안 내도록 지민을 주시했다.


“돈은 생기는 대로 갚으마. 당장은 아니어도 일이년 안에는 갚을 수 있을 거야.”

“네.”

“애비가 되어서 도와주지는 못 할망정.. 면목이 없다.”


남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애는 아픈데 도와줄 사람은 없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한 거다. 방송 나오고 나서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길래. 그런 줄로만 알았어.”


지민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


남자가 지민에게 꾸벅 목례를 했다. 지민이 집에 가겠다고 일어서기 전까지 세 사람은 오랜 시간 말없이 앉아있었다. 지민과 지민의 아빠가 카페를 나갔다. 윤기도 그들을 따라갔다. 밖은 눈이 오고 겨울바람이 심했다. 지민의 아빠는 아픈 아들의 외투를 직접 여며주었다. 투박한 손놀림에서 끓는 부정이 느껴졌다. 지민은 공허한 눈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지민의 어깨에 외로움이 쌓여가는 게 보였다. 윤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졌다.


“박지민.”


윤기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 사람이 동시에 윤기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윤기는 척척척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장갑 없이 휑한 지민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코트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형?”

“안녕하세요.”


사실 깽판을 칠 생각이었다. 다시는 얼씬도 못하게 으름장을 놓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지민이 못하게 했다. 지민이 자신의 친아빠를 용서했다. 지민이 용서한 사람에게 윤기가 화를 낼 권리는 없었다.


“누구?”

“얘 보호자입니다.”


그래도 이 정돈 괜찮겠지?


“아빠 만나러 간다기에 걱정이 돼서 따라왔어요.”


지민의 친부는 끽해야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지민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서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앞으로 연락은 저를 통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얘가 먼저 연락드리는 경우를 빼고요.”


윤기는 얼떨떨해하는 친부에게서 폰을 빼앗아 제 맘대로 번호를 찍어 건네줬다. 그런 윤기를 아픈 아들이 물끄러미 쳐다봤다. 뭘 봐, 임마.


“너 이름이 뭐냐?”


윤기가 꼬맹이한테 물었다.


“전정국이요.”


꼬맹이는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맹랑하게 대답했다. 요놈 봐라? 윤기는 아직까지 얼떨떨해하는 지민의 손을 꽉 붙잡아 정신을 차리게 했다.


“그럼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


대충 인사를 하고 지민을 데리고 돌아섰다. 등 뒤로 따라붙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그들과 거리가 상당해졌을 때에야 지민은 멍했던 의식이 돌아왔다.


“뭐에요?”

“엄마 성이지?”

“예?”

“난 전지민보단 박지민이 나은 것 같다.”


윤기의 말에 지민이 우뚝 멈춰 섰다. 지민의 머리에 눈송이가 잔뜩 붙어있었다. 윤기는 지민의 앞머리를 털어주었다. 윤기가 손을 내리자 지민은 울고 있었다. 윤기는 깜짝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왜, 왜 울어?


“아빠를 원망했는데..”

“….”

“이제 밉지 않아요..”


윤기는 지민의 눈물을 제 소매로 닦아주었다. 지민이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윤기를 마주봤다.


“형이랑 같이 살 게 해줬잖아요.”

“…어. 맞아.”


윤기의 대답에 지민은 또 눈물 수도꼭지가 열렸다. 윤기가 지민의 팔뚝을 토닥토닥해줬다.


“아빠한테.. 돈.. 다 받아도.. 같이 살 수 있어요?”


그래도 돼요? 지민이 코맹맹이 소리로 물었다.


“당연한 걸 뭘 물어.”


지민이 윤기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윤기가 지민을 으스러져라 꽉 안았다. 지민은 한참동안 울었다. 이제껏 참아온 설움들이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윤기는 지민에게 어깨와 함께 마음의 가장 중요한 자리도 내어줬다. 사랑, 사랑이다. 참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고, 아닌 척 할 수도 없는 사랑이다.


“네가 나보다 어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랑보다 더 애틋한 어떤 것이 있어 사랑이라는 이름이 그것을 지칭하기에 너무나 작으므로.. 윤기는 사랑한다는 말을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졸업식인 걸 감안해도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모르는 사람이보면 졸업식이 아니라 드림콘서트가 열린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인파가 몰려있었다. 김태형 탓이었다. 집채만한 카메라를 든 기자들과 꺅꺅거리는 팬들 덕에 정작 졸업식의 주인공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윤기는 집에서 여유롭게 나온 편인데도 꽃을 사고 사람들을 뚫느라 시간을 다 허비했다. 식이 막 시작하는 강당을 들어서려는데 학교관계자들한테 발이 잡혔다. 윤기가 목에 건 캐논카메라를 보고 윤기를 기자로 오해한 거였다. 윤기가 학부모라고 좋게 말해도 프레스증을 받아 기자석으로 가라고 억지를 부렸다. 윤기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3학년 7반 박!지!민! 학부모라고 언성을 높였다. 아, 보호자세요? 지민을 아는 건지 그제 서야 관계자가 윤기를 들여보내주었다. 윤기는 점잖게 옷을 빼입은 학부모들 사이에 앉아 지민을 찾았다. 지민은 태형과 장난 중이었다. 윤기가 핸드폰을 꺼내 지민에게 카톡을 했다.


[바람피냐]ㅡ오전10:03


카톡을 확인한 지민이 휙 뒤를 돌아봤다. 운명처럼 한 번에 윤기를 발견한 지민이 활짝 웃는다. 새벽 꽃시장에서 사온 싱싱한 생화보다 지민이 더 꽃 같았다. 윤기는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바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촥촥촥촥촥. 윤기의 카메라가 무섭게 셔터소리를 내자 주변 학부모들이 수군댔다. 기자 아니야? 기자아니라니깐. 박지민 학부모라고요.


식은 싱겁게 끝이 났다. 서울대를 간 학생이 대표로 나와서 졸업장을 받고 그 외 등등 상들을 수상했다. 식이 끝나고 학부모들은 저마다 자식들을 찾아갔다. 윤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형!”


지민이 강아지처럼 달려와서 윤기한테 안겼다. 이제 애정표현 하는데 스스럼이 없다. 윤기는 지민의 허리를 한 팔로 감으면서 사진 찍은 것을 보여주었다. 지민의 반 친구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어 달라하기에 열심히 사진기사 노릇을 했다. 지민은 태형과도 여러 장 남겼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각자 반으로 이동했다. 지민의 짝은 태형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몇몇은 울음을 터뜨렸다. 지민은 자꾸 뒤를 돌아 윤기를 확인했다. 윤기는 나 이 자리에 잘 있다는 표시로 손을 들어줬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여~”


전정국이 꽃다발을 들고 등장했다. 몇 달 새에 더 성장했는지 이제는 윤기랑 지민보다도 키가 컸다. 윤기는 툴툴대면서도 정국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지민이 정국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 앞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늦었어요.”

“늦으면 그냥 가지 그랬어.”

“그럴 순 없죠. 형 졸업식인데.”


얼씨구?


“박지민.”


담임이 지민을 호명했다. 지민은 앞으로 나가 졸업장이랑 졸업앨범을 받아왔다. 돌아선 지민이 윤기를 보고 미소 지었다. 지민의 미소에 윤기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이게 부모의 마음인가? 심장이 다 저릿저릿했다. 담임선생님이 마지막 종례를 마쳤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지민이 윤기에게 달려왔다. 윤기는 다시 한 번 지민을 안아주었다.


또 한 차례 포토타임이 끝이 나고 다 같이 밥을 먹으러갔다. 가족들과는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태형도 자리에 꼈다. 넷은 왁자지껄 수다를 떨면서 밥을 해치웠다. 태형이 가고 정국이도 버스를 태워 보내고 지민과 윤기는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졸업장 좀 보자.”


윤기가 지민에게서 졸업장을 건네어 받아 열어봤다. 윤기는 울컥했다.


“나 눈물 날 거 같아.”

“왜요.”

“그냥 기분이 그래.”


윤기가 지민의 손을 꼭 잡았다. 모든 게 잘 풀리고 있었다. 지민은 서울시립대 신입생이 되었다. 윤기가 다니는 대학이랑 멀지 않은 곳이다. 태형은 여전히 충무로에서 승승장구했다. 정국은 언제 아팠냐는 양 건강을 되찾아서 지금은 무슨 운동선수마냥 날뛰고 다닌다. 지민의 아빠는.. 지민과 가끔 연락을 한다.


“졸업하니까 기분이 어때?”


그리고 윤기와 지민은 자신들의 ‘집’으로 향하는 중이다. 늘 그랬듯이 손을 맞잡고.


“어른이 된 거 같아요.”

“졸업했다고 다 어른 되냐?”

“빨리 어른 되고 싶은데. 나도 형한테 도움 좀 되게.”

“뭔 도움이야. 가만히 옆에 붙어 있는 게 도움이야.”


이제 지민은 윤기가 지민을 처음 만났던 그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윤기 눈에는 여전히 열여덟 지민 같았다. 왠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년 동안 지민은 많이 성장했다. 그리고 그런 지민을 보면서 윤기도 더불어 자랐다. 둘의 시간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그 시간의 어느 지점에 지민은 정말로 어른이 되어버릴 것이다. 자신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윤기는 그 때가 최대한 늦게 오길 바랐다. 윤기는 지민이 되도록 오래 자신의 아이로 남아있어주길 바랐다.


“좀 천천히 크자.”

“그래도 돼요?”

“응. 제발.”


어른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깐.















아이여도 괜찮아.

Fin.

@mysteryhomo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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